탬버린 - 김유담 소설집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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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블로그에서 봤던 샛노란 표지의 책이 집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서평 이벤트 신청하는 거라 당첨될지 감이 안 왔는데 메일을 받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책도 너무 기대되었고 얼른 읽고 좋은 글을 쎠야 한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나 잘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 생각이 자꾸 마음을 무겁게 만들어서 책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책을 받은 지 일주일 된 지난 주말에 드디어 책을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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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탬버린이 궁금해서 먼저 볼까 하다가 신춘문예 당선작인 첫 이야기를 읽었다. 볼링에 대한, 죽은 오빠에 대한 이야기인 '핀 캐리'는 큰 감흥이 없었다. 우울하고 답답한 화자의 마음이 소설 전반에 깔려 있고, 왜 굳이 볼링을 주요 소재로 하였는지에 대한 이유는 소설 막바지에 반짝하고 등장하였다. 작가의 글솜씨가 특별히 좋다던가 하는 건 잘 모르겠고 작품의 당선 이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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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탬버린으로 넘어갔다. 이번엔 좀 더 재밌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훨씬 내 취향이었다. 탬버린이란 소재로 사회 초년생인 주인공의 현재와 회상하는 고등학교 시절 추억이 번갈아 나왔다. 딱 그 중간쯤에 위치한 나는 두 입장에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그 노래방 기계 100점이 뭐라고 일장연설과 함께 100점이 나올 때까지 불러야 하며, 송은 탬버린이 뭐라고 혼을 다해서 흔든다. 한 문제 차이로 시험에 떨어진 반장 이야기도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거란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과 그거보다는 상황이 조금 나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이상하게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몸속 깊은 곳에 숨겨둔 감정의 덩어리가 탬버린의 박자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것은 일종의 흥(興)에 가까운 감정이었는데 마냥 신이 나지만은 않아서 묘한 형태의 한(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탬버린>, 김유담

불판을 닦으면서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를 속으로 부른다는 송의 밝은 어투의 말이 오히려 더 서글프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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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야기 때부터 느껴진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가 모든 소설에 깔려있었다. 샛노란 표지는 마치 나를 놀리는 것 같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유한한 고리 속에 놓여있다. 달라지고 싶은 의지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만 쉽게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도 그 의지와 꿈이 앞으로를 바꿀 수 있다고 믿어보면 안 될까.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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