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이단자들 - 서양근대철학의 경이롭고 위험한 탄생
스티븐 내들러 지음, 벤 내들러 그림, 이혁주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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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가 가장 좋아하던 과목은 철학이었다.

온갖 철학자들의 이름과 사상에 머리 아파하던 나에게 그 친구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곤 하였다. 철학 파트에 잼병이던 나는 그 친구가 철학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고 신기하기만 했다. 대체 철학의 어느 부분이 좋은걸까.. 그렇게 수능 공부가 끝남과 동시에 철학을 잊은 체 몇 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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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교양한당 프로젝트로 인해 다시 철학을 접하게 되었다. 목차에는 몇몇의 과학자와 전에 좀 공부했으나 잘 기억은 나지 않는 여러 철학자들이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별로 읽고 싶지는 않았은데 책을 펼치니 만화였다! 어릴 때 읽었던 <먼나라 이웃나라>도 생각나며 흥미가 조금 생겼다. 쭉 읽어나가면서 나는 두 가지가 가장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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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발상의 전환이다. 데카르트로 예를 들면 그는 기존의 통념과 같은 생각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는 우리의 감각들과 생각 등 모든 것을 의심하지만 그렇게 의심하고 있는 나의 존재만은 의심할 수 없다고 한다. 사유의 내용은 의심할 수 있어도 사유한다는 사실과 사유하는 주체로서의 나의 존재는 틀림없이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Je pense, donc je suis : cogito ergo sum)라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이 같은 이론을 통해 당시 신앙에 종속되어 있는 중세철학에서 탈피하고, '인간의 의식'을 내세우며 근대 철학의 창시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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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캐치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러한 생각들을 세상에 전파한다. 17세기 보수적인 상황을 보았을 때 이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고 더 나아가 기존의 업적까지 부정당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신념 하나만 가지고 끝까지 주장하였다. 이런 발상의 전환도, 그걸 발표하는 용기있는 자세도 정말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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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그 친구는 철학 복수전공을 시작했다. 본 전공이 안맞아서 힘들어하다가 뒤늦게 복수전공 신청을 했다고 하는데 정말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덕분에 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물론 꽤 많은 부분, 단어들은 생소해서 찾아보며 읽어야했다. 그러나 친구가 좋아한 철학의 매력을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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