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고스톱
김원호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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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고스톱에 대한 이야기로 책 한권을 채우다니... 엉뚱하다는 생각으로 펼쳐들었지만 작가가 우리 고유의 놀이문화인 고스톱에 대한 애정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고스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포커 같은 외국 놀이에는 좀 더 관대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어차피 같은 놀이라면 우리의 것을 발전시키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

 

화투에 대한 추억이라면 어렸을 때 할머니와 치던 민화투가 생각난다. 초등학생인 나도 쉽게 할 수 있는 그냥 짝을 맞추는 화투놀이였는데 할머니는 참 즐거워하셨다. 어머니는 할머니가 우리에게 화투치자고 하는 걸 싫어하시는 눈치였는데 화투가 도박이라고 생각해서 교육상 좋지 않다고 여기셨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도 그 놀이는 참 재미있었고 할머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놀이였다. 지금도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을 보면 어린시절 할머니의 화투가 생각난다.

 

어쨌거나 고스톱은 엄연히 도박으로 발전할 수 있는 놀이다. 우리의 놀이인 윷놀이도 한때 도박으로 발전했었다고 하니 고스톱이 도박이 된 것은 고스톱을 하는 사람들의 문제이지 고스톱 자체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단도박모임에 대해서도 소개함으로써 건전한 고스톱 놀이 정착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스톱의 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책을 찾기 힘들었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한 부분까지 알게 되었다. 또한 우리가 우리 고유의 놀이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 놀이임에도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고스톱의 장점에 대해 알고 알리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뜻이 아닐까. 온가족이 모여 고스톱을 즐겨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만큼 고스톱을 긍정적인 놀이문화로 정착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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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고르세요
켄트 그린필드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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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면서 오로지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 돈만 있으면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단지 상품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면 나는 사실 대학 같은 건 가고 싶지 않은데 대학을 안 나오면 무시하는 풍조가 있다면 아무래도 가게 될 것이고, 나는 동성애자인데 사회에서 동성애는 금기시하고 있다면 원치않는 이성애자와의 결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다이어트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은데 다들 한다면 나도 동참하게 될 수도 있다. 유행에 둔한 사람이란 소리 듣고 싶지 않아서 유행하는 신발을 사 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불행한 건 구매욕마저도 환경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건 간에 스스로 책임져야 하므로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내가 비정규직이 되었는데 내가 무능력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구조적으로 당신이 불합리하게 비정규직이 되었을 수 있다. 성적비관으로 자살을 선택한 사람은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벌 위주의 사회 때문에 당신은 코너에 몰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수 있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을 단지 개인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몰아세울 수 있을까?

 

개인은 거대한 사회의 작은 모래알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을 개인에게만 책임지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게 아닐까.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이고 그런 실수는 뇌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공동체의식을 내면화하자는 말에 크게 공감이 간다. 모두가 책임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잘못된 선택과 인지적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판사에게 공감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판사는 심판인데 심판에게는 공감의 능력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공감을 동정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정과는 다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은 당면한 사건에 숨겨진 이야기의 특수성을 듣는 데 전념하는 것이다. 가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을 보며 저 판사는 아마 늘 좋은 환경에서 자랐나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패가 무엇인지, 실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출발선부터 똑같지 않았던 사람들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막연히는 알고 있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깊이 생각하길 피해온 주제 아니었나 싶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 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갑자기 큰 변화를 기대할 순 없겠지만 매순간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고민하며 산다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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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있는 식탁 - 한겨레신문 맛 기자 박미향의 사람 그리고 음식 이야기
박미향 글.사진 / 인디고(글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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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 있고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 있다지만 먹는 것이 풍족한 요즘 음식이란 분명 문화의 하나다. 먹는 방식, 음식을 담는 식기, 먹는 도구, 반찬의 가짓수... 모든 것이 문화에 따라 다르다. 나와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아무래도 친해지기 쉽고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기면 그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그와 함께 그것을 먹고 싶고 더 나아가 그 음식을 해주고 싶다. 그래서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인가 보다. 누군가가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구구절절 긴 이야기보다 맥주한잔을 건네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누구나 한가지쯤 음식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대단한 음식도 아니었는데 환상적인 맛이었다고 기억하는 음식들. 시장통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후루룩 먹은 국수 한그릇일 수도 있고, 수능을 보러 가기 전에 엄마가 정성스럽게 타주신 보온병의 커피일 수도 있다. 집에 있는 믹스커피를 몇 개 넣은 것 뿐인데도 정성이 담긴 음식은 훨씬 맛깔스럽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예전에 어디서 먹은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다시 찾아가서 먹어보고는 옛날 맛이 안 난다고 말하는 것도 정작 중요한건 음식이 아니라 추억을 공유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컬러풀한 사진을 이야기와 함께 곁들여서 마치 그 음식이 눈앞에 있는 것 같고,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자취생의 라면, 선배와의 막걸리 한잔.... 사람과 얽힌 음식과의 추억이 생생한 사신들과 함께 펼쳐진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누군가와의 식탁 이야기로 채워지길 바란다. 길을 가다가도 아, 저기에서 누구와 ...를 먹었었지. 하며 그때의 맛을 회상할 것을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내일은 한동안 얼굴을 못본 친구에게 밥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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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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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만큼 환자를 절망케 하는 의사도 없을 것이다. 고통을 지나치게 하소연하는 환자를 보면 짜증을 내는 의사마저 있다. 그 많은 환자를 대하려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병을 직접 앓아본 적이 없는 의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머리로 아는 것과 경험해서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인가 보다. 예전에 한 여자분이 소리지르며 아기를 낳는데 남자의사가 혼자 애 낳아요? 왜 그리 소리를 질러? 했다는데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그런 말을 하니 산모도 화가 나서 낳아보지도 않아놓곤! 했다는 말을 들었다. 우스갯소리일지 모르나 그 남자의사는 도무지 환자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었나 보다. 고통이란 철저히 자신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요.”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건강한 사람이 산속에서 다친다면 어떻게 될까? 정신이 혼미해지고 이대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무지막지한 공포에 빠져들 것이다. 조금씩 잠이 밀려오고 어느 순간 정신줄을 놓아버리면 그대로 끝이다. 하지만 저자는 의사인 덕에 정신줄을 잡고 위기의 상황을 넘긴다.

 

 

하지만 다친 다리의 감각이 없어지면서 자기 몸이 자기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기이한 겅험을 하게 되고 그때의 경험을 통해 이토록 흥미로운 책을 써냈다. 내가 같은 경험을 했다고 가정해봤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면 어떨까? 처음엔 내것이 맞나 싶어서 꼬집어보고 때려볼 것 같다. 정말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혼란스럽다가 화가 나서 마구 소리지르고 싶을 것 같고 건강하게 뛰노는 창밖의 사람들에게 울컥 화가 치밀 것 같다. 저자가 했다는 이런 생각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저자의 입담에 첫장부터 끝장까지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 저자의 전작만큼이나 재미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의료현장에 계신 분들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지만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지한 우리 모두가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완전히 이해할 순 없더라도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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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면 언제 오나 - 전라도 강진 상엿소리꾼 오충웅 옹의 이야기 민중자서전 1
김준수 글.그림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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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원고지, 학교앞 뽑기... 사라져가는 것들은 그리워하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에 관련된 추억이 있는 만큼 우리들은 그것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지금은 사용할수도 없는 삐삐를 간직하기도 하고, 가끔은 원고지를 꺼내 시를 끄적여보기도 하고, 학교앞 불량식품들을 찾아 먹기도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는 만큼 사라지는 직업도 많다. 이제 조금 있으면 아파트 경비라는 직업이 없어질 거라고 한다. 학교 갔다오면 잘 왔느냐고 물어보던 경비아저씨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좀 서운하다. 상엿소리를 직접 들어본 적은 티브이를 통해서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드라마를 보며 상여가를 들으며 눈물짓는 것을 보면 그분들에게 상엿소리는 추억이 깃든 소리구나, 싶다. 그러고 보니 장의사라는 직업도 거의 사라졌다. 그것을 대체하는 직업이 있긴 하지만 역할은 많이 변한 것 같다. 젊은 사람 입장에서는 장례가 불필요하게 거창하고 돈이 많이 들어간다 싶고 상여가를 부르는 것도 무슨 의미인가 싶은데 우리 조상에게 상엿소리는 죽은이의 행적을 읊고 슬픔을 노래에 실어 보내는 의미 등이 있었던 것 같다. 여럿이 함께 상여를 메고 가니 노래를 하면 더 수월하게 옮길 수 있었을 테니 일종의 노동요였던 셈이다.

 

상여소리꾼 오충웅 옹의 인생은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게도 해주었다. 어려서부터 노래부르는 재능을 인정받았던 그는 가수가 되길 바랐으나 전쟁이 끝나고 일본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노래 부르는 직업을 천시하던 분위기 속에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역시 노래에 재능을 보이던 여자와 연애도 했지만 헤어지게 되었고 오래도록 그녀를 잊지 못했다. 마치 그가 자신의 꿈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던 것처럼. 하지만 상여소리꾼이 되어 평생 상여가를 불렀으니 불행 중 다행인 것도 같다.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인 상엿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아있었으면 싶지만 세상의 변화를 막을 순 없는 것일까. 인터넷에서 상엿소리를 찾아 들어보았다. 구슬프지만 따라부르다보면 이루지 못한 꿈도 생각나고 산자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제대로 고인을 보내주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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