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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평점 :
우리집 큰 아들이 즐겨 보는 비디오가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 산타할아버지가 있는 북극을 향해 떠나는 마법의 기차 이야기다. 제목은 폴라 익스프레스. 산타할아버지 존재를 의심하고 있던 주인공 아이는 산타의 존재를 믿고 나서야 그동안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듣게 된다. 산타가 선물한 방울의 맑은 소리는 나이가 들어가며 들을수 없었다는 마직막 해설과 함께 영화는 끝이난다.
책 읽는 소리를 읽는 동안 난 참으로 비디오의 어린 아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보아도 볼 수 없고, 들으도 들을 수 없는 가엽은 어린아이..다행히 나중에 듣고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하겠다. 대학을 졸업 하고, 직장을 다니고 지금까지 공부란 말이 항상 내 주위에 있었다.
아이엄마는 벌써부터 아이들 공부시킬 걱정을 하고 있다. 진작 부모가 된 우리는 공부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아이들 공부시킬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든다. 책 읽는 소리는 공부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진정 우리가 무엇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지 때론 감동스럽게 때론 호되게 질책하고 다구친다. 그 소리를 듣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으니 난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만취상태로 도심의 네온싸인 밑을 비뜰거리며 걸어 가고 있는 나, 어디가 어디인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집으로 가야 한다는 어릿한 생각뿐 그만 그자리에 주져 앉아 전봇대를 붓잡고 쉬고 싶은 생각뿐 이제 그곳에 누워 자면 그뿐이다. 저멀리 작은 별 빛이 어른어른 눈에 들어 온다. 집엘 가야지.집엘 가야지. 이렇게 다시 일어나 비틀대며 집으로 간다. 내 모습이다. 그만 깨어 나고 싶다.
아침이면 일어나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한다. 그리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들어가 그나마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펴고 또 다른 세상과 만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다.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왜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나? 스스로가 가엽고 안스러울 뿐이다.
하물며 내가 읽는 책 소리를 누가 듣고 귀를 귀울여 줄까? 아니 시끄러운 소리로 여겨지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인가. 오늘도 책읽는 소리를 들으려 세상과 만나다.
어쩌면 먼훗날 깨달음이 있어 내 책 읽는 소리에 옆집에서 놀러오면 얼마나 반가울까? 그때 오실려거든 막걸리 한통 갖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