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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광고 #협찬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창경궁 대온실을 배경으로 쓰여진 역사가 가미된 소설이라는 점에서 너무 읽고 싶었던 책이다. 김금희 작가님의 책이어서도 읽고 싶었고.
김금희 작가님의 소설을 보면 사람의 마음에 대한 문장들이 기억에 남고 밑줄을 긋게 된다.
19-20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떠올리거나 반추하고 싶지 않은지도 몰랐다.
68 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이깅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면 불친절은 그냥 이독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되는 일이다.
93 리사가 하는 미운 짓에는 본심이 아니리라는, 어떤 신경증적인 예민함과 미숙함,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을 듯한 불만족 탓이리라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 서사는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리사를 보면 그냥 느껴지는 것에 가까웠다.
217 나는 리사를 망치고 싶었다. 구길 수 있다면 구기고 싶었고 얼릴 수 있다면 그대로 얼려버리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챈 날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강화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리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성되는 악의에서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래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게 내가 겨우 떠올릴 수 있는 살길이었다.
335 어쩌면 리사와 나의 어긋남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런 점에서 슬프게도 서로를 믿고 있는 사이였다.
주인공 영두를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영두는 어쩌면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마음을 빠르게 눈치채고 이해하는 것, 그리고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내는 것, 상대를 믿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까지. 그런 영두였기에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자료를 수집하면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 속에서는 언제나 슬픈 내용이 가미되고 억울하고 아픈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꿈도 있고 희망도 있고 좋은 기억들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래서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걸지도.
#대온실수리보고서 #김금희 #창비 #장편소설
어떤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떠올리거나 반추하고 싶지 않은지도 몰랐다. - P20
사는 게 친절을 전제로 한다고 생각하면 불친절이 불이이깅 되지만 친절 없음이 기본값이라고 생각하면 불친절은 그냥 이독도 손실도 아닌 ‘0‘으로 수렴되는 일이다. - P68
리사가 하는 미운 짓에는 본심이 아니리라는, 어떤 신경증적인 예민함과 미숙함,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을 듯한 불만족 탓이리라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 서사는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리사를 보면 그냥 느껴지는 것에 가까웠다. - P93
나는 리사를 망치고 싶었다. 구길 수 있다면 구기고 싶었고 얼릴 수 있다면 그대로 얼려버리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챈 날 나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강화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리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성되는 악의에서 나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그래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게 내가 겨우 떠올릴 수 있는 살길이었다. - P217
어쩌면 리사와 나의 어긋남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런 점에서 슬프게도 서로를 믿고 있는 사이였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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