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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0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최근의 이문열은 내게있어 경멸의 대상이지만 젊은날의 초상의 작가 이문열은 내게 이외수와 함께 언제나 경외심을 일게하는 작가였다. 그리고 이책은 내가 이문열을 접한 처음 작품이었고...요사이 왠지모를 우울한 감정이 도드라지더니 없어질 생각을 않고 나로 하여금 이책을 다시 잡게 되었다. 나의 이십세가 어떻게 지났는지에 대해 고찰함과 동시에 이문열의 이십세를 읽었다. '젊은 날의 초상'은 많은 이들에게 추천을 받았던 이른바 '이십세가 되기 전에 꼭 읽어야할 책' 목록에 끼어있는 작품이다.
세가지 중편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하나의 장편을 이룬다. '하구', '우리 기쁜 젊은날', '그해 겨울' 이 세가지 이야기는 분명히 독립적이면서도 서로를 긴밀하게 끌어안고 있다. 간혹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 침투하기도 하면서 나의 진지한 여행길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글을 읽으며 독자는 나와 동일시되기도 하고, 철저히 타자화시켜 배격하기도 한다. 이런 독자의 이중성은 '나'가 겪고 있는 지적 혼란의 시기에 부합하는 태도라고 본다.
80년대 초 '나'의 방황은 시기적절한 이유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아니 그들의 방황은 시대의 흐름에 몸을 싣는 것이었으며, 정당했다. 그들만의 특권이었으며, 또한 자부심이었다. 허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21세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 '나'의 방황은 배부른 지적 건방 내지는 사회적 아웃사이더의 치기어린 비행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 그의 그런 행적을 부러워하면서도 또한 한편으론 비웃는다.
이문열의 현학적인 문체는 분명히 예민한 이십세의 감수성을 뒤흔들어놓을 수 있을만하지만 그것은 결코 내가 겪었던,혹은 겪을 수도 있었던,혹은 겪어야만했던 이십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무엇이 나의 이십세를 이야기하는가. 무엇이 나의 이십세를 만들고 있는가. 그것은 썩어빠진 사회를 부정하고, 모호한 자기정체성을 확립하기를 원하는, 그래서 이유있는 방황을 택하는 눈이 뜨인 이십세가 아니라 사회의 흐름에 몸을 싣고 '왜','어떻게'를 잊은 채 그저 움직이고, 과정없는 결과를 낳아야만하는 이십세이다.
이문열의 '나'에게 묻고 싶다.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리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는지. 이미 접근해있는 모든 가치로부터 떠나면 더 큰 가치를 붙들게 될수 있는지. 자질구레한 애착에서 용감히 벗어나면 미래의 더 큰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 아마도 나의 이십세는 그런 큰 모험을 할만큼 담이 크지 못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