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십년전쯤의 기억이라 생각된다. 이 '사람의 아들'은 읽기 전에 나를 참 힘들게 했던 책이다. 제목에서 오는 느낌도 그랬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줄거리는 책에 대한 거부감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피해가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책을 잡은지 하루만에 끝을 보고 말았다는거다. 나는 ‘지겹게 오래 잡고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었는데... 분명 어려운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장 한 장 한 장이 참 쉽게 넘어갔다. 허구인 소설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고 이게 정말 사실일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건 예수나, 야훼 등 크리스트교에 관해서 아는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다.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있지 못하니까 처음에는 무슨 이야긴가 하고 한참을 아리송해했었다. 그래도 친구에게, 어머니께 물어가면서 아는건 아는대로 모르는건 모르는대로 읽어나갔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은, 본성이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백지상태, 그러니까 성무선악설에서 이야기 하는대로가 사람의 원래 모습인 것 같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착한 마음도 악한 마음도 배우게 되는것인데 어떤 성향이 더 강한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지 완벽하게 ‘선’ 인 사람도 완벽하게 ‘악’인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어느쪽으로든 완벽하다면 그건 정말 ‘신’이겠지.

민요섭이 창조했던 아하스 페르츠의 ‘신’은 어쩌면 내가 한번은 바랬던 신이기도 한 것 같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신. 그래서 한번쯤 나쁜일을 했대도 눈감아 줄 수 있는 신. 하지만 신에 관해서 생각하는 건 워낙 어려운 일이라서 나는 생각하다가 말았었다. 절대적인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그런건 생각해봤자 나와는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책 속에 내가 잠시 그리다가 말았던 신을 완성해낸 사람이 있었다. 민요섭. 그는 그러한 신을 만들어 내고 그에 따랐지만 결국 본래의 예수의 ‘하느님’에게로 돌아간다. 돌아가던 길에 결국 멈춰서고 말았지만.

그가 창조했던 ‘신’은 선도 악도 아니고 모든 것의 중심이었다. 선과 악에도 중심, 착한 일을 해도 칭찬하지 않고 나쁜 일을 해도 꾸지람이나 또는 용서란 것도 없고. 한번에 보면 정말 신이란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게 아니다. 민요섭의 아하스 페르츠의 ‘신’은 허수아비다. 감정도 뭐도 없는 방관자일 뿐이다. 그런 신이라면 있을 필요도 없다. 필요에 의해서 ‘신’이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사람들이 ‘신’을 믿는 것은 필요에 의해서 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신이 그냥 보기만 하고 어떤 일도 하지 않는 다면 사람들에겐 신을 믿는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독실한 신앙인들께는 왠지 권하고 싶지 않은 책으로 기억되며, 작가 이문열의 초기작품들을 감상하고 싶으신 독자들께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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