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식물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외롭다. 낯선 곳에 홀로 떨구어져 언젠가 누군가가 내가 진정 속했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다시 데려가주기만을 기다리는 심정. 이것이 내가 '꿈꾸는 식물'을 읽어가며 주욱 가진 느낌이었다. 시종일관 건조하게 일상을 나열하는 작품의 문체가 이런 느낌을 가중시켰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롭고 건조한 일상속에서 문득 문득 발견되는 위트와 아름다움이 나로 하여금 이 작품을 이외수 최고의 작품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외수씨의 초기 장편중 하나인 이 책은 삼각구도를 가진다. 식물적순수로 대변되는 '작은형'과 동물적야만으로 대변되는 '아버지'와 '큰형' 사이의 대립을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내'가 관찰한다. 이 세 방향의 인물설정이 작품의 주요 환경인 '장미촌'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대자연의 먹이사슬을 연출한다. 먹이사슬의 법칙에 충실한 대립의 종말...바로 그후 항상 주변인적 존재였던 '내'가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때 '나'는 주인공으로서 '나'도 될수 있지만 책을 읽고있는 독자로서의 '나'도 될수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라이터'를 켜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이 무의식적 감정의 전위. 이야말로 이외수만의 번득이는 능력이라고 할수 있겠다.

식물은 약하다.그리고 순수하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동물성 공격에는 애처롭기까지하게 무방비상태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때문에 꿈을 꿀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여림의 미학이라 말해도 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