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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남자 - 성,사랑과 돈 다윈의 눈을 통해 본 당신의 세계
마이클 길버트 지음, 김석규 옮김 / 일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Michael Gilbert, 김석규 옮김, 『일회용남자』, 일리, 2008.
이 책은 [I. 태초에는, II. 인류의 탄생, III. 오늘날의 세계, IV. 미래전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사에서의 남녀의 역할과 모습을 다윈의 눈을 통해 해석하는 책이다. 책의 서평에는 ‘매우 인상적인 책이다. 멋진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재미있게 다룬 매우 힘 있는 책이다’ 등이 적혀있으나 사실 중반 이후까지는 일반인으로서는 읽기 힘든 내용이 많았다.
유신론자, 창조론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이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작가의 의견에 동의할 수 만은 없었지만, 그래도 후반분는 공감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본문의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①남녀의 차이 ②“동등하게”와 “꼭 같게” ③여성을 위한 사회 ④남성의 박탈감 ⑤결과와 나아갈 바]이다.
1. 남녀의 차이
남녀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다. 남자 의사들은 수수께끼를 풀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여의사는 치료자가 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자 환자들은 의사와 정서적 관계, 교감 나누기를 원하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반면 남자 환자들은 대다수 자동차 고치러 가듯 병원에 간다.(p.300) 이러한 차이는 쉽게 바뀌지 않을 뿐더러 자연의 법칙인 인간의 본성을 거스를때 사회적인 문제가 생기게 된다.
1960년대 후반 조사에 의하면 여성들은 남자들을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신사적이고, 사려 깊다고 묘사했다. 30년 뒤 같은 여론조사에서 남성들은 미숙하고, 자다당착적이며, 섹스에 집착하고,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평가됐다. 남성들은 지난 20~30년 만에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으며, 실제는 분명히 그 중간 어디에 있다. 그러나 남성들에 대한 공격적인 악마화로 인해 남성들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를 일으켰으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p.327) 남녀는 평등해야 하며, 지금까지의 남녀가 맡은 역할과 기능은 잘못된 것이라며 여권확장운동가들은 여전히 “여자여 나서라(you go girl)"라며 여성들을 부추긴다.(p.339) 유전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남녀의 본성을 무시한 채 이러한 의식의 변화만을 주장하게 되면 제왕인 자연은 사회적 혼란을 선사한다.
2. “동등하게”와 “꼭 같게”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 나온다. 남자 아이들 나름의 독특한 요구가 무시되고 있기(p.258) 때문에 10대 남자 아이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p.259) 이러한 박탈감은 남학생들이 사춘기 무렵 여학생들에게 학교 성적에서 밀리고 있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동등하게”와 “꼭 같게”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학교 현장에서는 학업 성적이 낮은 남학생들에 대한 조직적인 노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금욕 중심의 성교육을 통해 성을 왜곡하여 설자리를 잃게 하게끔 했다. 미국의 백인 학교 남학생 5명 중 1명이 과잉행동증을 줄이는 리탈린이라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p.258)고 한다. 결국 학교에서 거세되고, 운동에서도 밀리고, 독특한 통과의례마저 거부되고, 중성화된 직장에서 경쟁하면서, 남자에게는 자신을 뚜렷이 드러낼 수 있는 남겨진 활동무대가 없다.(p.306) 태생적으로 역할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남자 학생들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결국 이들은 방황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문득 생각난건데, 인터넷 무법자 ‘초딩’들이 나타나 난리치는 것도 이러한 역할 통제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3. 여성을 위한 사회
사회는 여성들에게 “할 수 있어. 당신은 이 모든 걸 해낼 수 있어!”(p.6)라며 격려 아닌 격려를 하였다. 결국 여성들은 사회에 진출하게 되었고 너무 많은 영역에서 남녀동등을 쟁취하려다보니 많은 여성들이 힘에 겨워 허덕이는 상황이 발생(p.7)하게 되었다. 작가는 남녀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군대의 예를 들었다. 여러 상황을 통해 여성이 남성과 동등할 수 만은 없으며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정부는 이러한 불편한 사실을 수용하기 위해, 군복무가 육체적 인간의 수준을 낮추는 직종으로 재규정됐다. 여군 둘이 군인 한명을 못 들어 수송을 못할 경우 다른 군인 4명이 이 일을 맡는다 식으로 규정을 바꾸는 비경제적인 제도를 만들었다. 이처럼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남성들은 별다른 어필을 못하고 있다. 남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젊은 남성은 거세된 남녀 공학 교육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도 성적 차별을 거론하지 말라고 초등학교 과정에서 이미 위협 당했기 때문이다.(p.287)
4. 남성의 박탈감
이러한 사회적 제도와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남성은 도저히 설 자리가 없었다. 미군이 신병훈련소로 갈 때, 성 평등에 대한 환상은 산산이 깨지게 된다. 그때 그는 “평등”은 여성들이 군무를 덜 하면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걸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p.288) 즉, 남녀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이하의, 여성은 이상의 대우를 받게되는 불공평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자를 격하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모든 시트콤, 토크 쇼, 그리고 상업광고에서 여성은 완벽한 여신으로 묘사된다. 반면 나처럼 성적으로 정상인 남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생각 없고, 줏대도 없으며, 스포츠에나 집착하고, 여자의 가슴에 추파를 던지는 원시인으로 묘사된다. 옷을 입는데 5명의 게이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우습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한 거세가 있을까?(p.342)”식으로 남성은 자연의 법칙에서 주어진 역할과 기능, 자격 모두을 잃어버린 일회용 남자로 전락해버리고 말게 된다.
5. 결과와 나아갈 바
사회적 제도와 의식의 뒷받침을 통해 여성들은 지금까지 현대의 많은 남성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줘 왔다. 반면 남자는 타고난 성격상 여전히 가장 중요한 여성 영역으로 진입이 저지되고 있다. 여자는 이제 코트의 영면에서 경기할 수 있으나 남자는 한 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너무나 자주 남자는 임무의 반 정도를 해내고 있으나 여자는 힘들게 2배로 일하고 있음을 뜻하게 됐다.(p.350) 자연의 법칙을 거부하고 동일한 남녀를 이루기 위한 미군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미군은 성이 인종과 종족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 마침내 알았다.(p.285) 물론 우리나라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부의 횡포란, 아!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튼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혼란을 불러일으키므로 자연으로 돌아가자, 자연이 준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자, 조화를 이루자, 실추된 남성의 역할, 기능, 임무와 위엄을 되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물론 최고의 권력인 자연을 가장 완성된 상태로 보고 다시 그것으로 복원/회귀하자는 작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6. 한계
물론 내가 파악한 것은 아주 지엽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사실 작가는 태초부터 현재까지, 섹스를 통한 남녀관계 해석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시라.
형식적인 면에서 몇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특히 각주는 읽기에 방해가 될 정도이다. 처음 각주가 나왔을때 추가 설명이 있을 줄 알고 아래를 찾아보았으나, 챕터 마지막에 붙어있었고 내용 추가 설명이 아닌 인터넷 사이트 등 출처를 적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렇게 ‘퍼온 것’임을 밝히며 한 단락 전체가 지나친 각주로 이루어진 것도 있는 등 대중을 상대로 한, 쉽게 읽을 수 있는 아니라는 단점이 있었다.
내용적인 면에서 진화론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이 자주 나온다. 예를 들어 ‘며칠만 지나면 그 유기체들은 진화해 다른 생물이 되기도 한다.(p.34), 갑자기 상황을 바꾸는 일이 일어났다. 아무도 발생 이유를 몰랐다. 호기심의 결과, 주위를 둘러보았다. 몸을 일으켜 균형을 잡더니 두 뒷다리로만 일어섰다.(pp.43~44)’와 같은 내용들이 그렇다.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논리적 결함이 많은 진화론에 대해서는 분량을 줄이는 것이 보다 대중적인 책으로 발돋움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반면 뒷부분에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보여주는 가상 이야기가 나오는데 자못 흥미롭고 이해가 쉬웠다. 이 부분에 대한 분량을 늘리는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