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이순원, [워낭], 실천문학사, 2010.

 

 

따뜻하다. 이 작품을 읽고 느낀 여러 감정 중에 가장 큰 것은 가슴 뭉클한 따스함이었다. 요즘 소설 경향을 보면 연애와 이별, 사랑과 불륜, 섹스와 폭력 등이 당연하단 듯이 묘사되고는 한다. 그것도 수십여 페이지를 할애하여, 마치 어쩔수 없다는 듯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대단히 자극적이어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워낭]에서는 폭력적이거나 외설스러운 내용이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아, 생각해보니 약간의 폭력적인 내용이 있기는 했다. 주인 처가 일본인에 의해 붙들리자 소가 광분하여 몸부림치고 날뛰다가 총살당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소의 충정스럽고 진실된 모습이라고 보아야지 이것을 다른 소설에 나오는 그것들과 같은 맥락으로 치부해버려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워낭]은 시대의 소설 트랜드를 거스르는 작품이지만, 이 따뜻한 작품을 독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반기는 것을 보면 소설의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이 이쪽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워낭은 영화를 통해 잘 알려져있듯이, 말이나 소의 귀에서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을 뜻한다. 영화에서는 단 한 마리의 소만 등장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여러 소가 등장한다는 점이 차별적이다. 사실 이 작품이 영화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온 여러 소의 이야기, 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자리 잡은 소의 여러 일상들을 보여줌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사람과 소가 공존하며 살아가는 아름답고 따뜻한 세계를 그려낸다. 이러한 이야기는 딱히 동양권 사람에게만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 짐승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가슴 따뜻하고 정겨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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