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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의 눈을 달랜다 - 제28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ㅣ 민음의 시 160
김경주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김경주, [시차의 눈을 달랜다], 민음사, 2009.
사실 시, 시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편이다. 물론 학창시절에 배운 윤동주, 천상병 등의 작가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시문학에 문외한인 나도 김경주라는 시인은 알고 있다. 2004년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내자마자 2000년대 시의 기린아로 떠오른 작가로서, '한국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시집 가운데 한 권이 될 것'이란 극찬과 함께 시집이 안 팔리는 시대에 무려 1만7천부나 팔리는 기현상을 낳으며 신드롬을 일으킨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극찬인가.
엄청 기대를 하고 접했는 그의 작품들은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이 또한 평론가들은 극찬하는데 일반 대중들은 냉담한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란 말인가? 그래도 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읽고 천천히 읽고 감상해보려 노력하며 몇 번이나 시도한 끝에 김경주의 반론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작가는 이 시집에서 장르를 혼종하며 언어실험을 극단까지 몰고 갔던 두 번째 시집 ‘기담’보다 좀 더 편안하고 감각적으로 읽히는 시들을 수록했다. 서문에서 시인이 “여기를 ‘시차(時差)의 사회’라고만 부를게”라고 말한 것처럼 그는 공간과 시간, 기억의 격차에서 오는 그리움과 불안 애도의 감정들을 멀미, 현기증, 여진 같은 ‘시차’의 개념으로 형상화한다. 곳곳에서 시인의 예민하면서도 감성 넘치는 통찰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집에서는 ‘사이’라는 시어가 유독 많이 나온다. 김경주 시인은 시의 수단인 언어나 시쓰기 행위도 ‘사이’로 이해한다. “언어와 삶 사이에는 간극, 시차가 존재한다. 그런 시차, 시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는 작가는 결국은 시가 시와 인생 사이에 놓인 강을 건널 수 없지만,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삶의 진실이 있음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