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안보윤, [오즈의 닥터], 이룸, 2009.

 

 

역시 매력적인 작품이다. 책을 고를 때 선택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작가, 출판사, 표지, 띠지의 글귀, 권위있는 상 수상여부 등- 들이 있지만 나의 경우 작가가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첫 작품일 경우는 예외지만 말이다. 작가 안보윤은 내가 진작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잠재력있는 작가이다. 2005년에 문학동네상을 수상했고, 이번해에는 자음과모음 문학상을 수상하기도했다. 계간지를 통해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그 신선함과 발칙함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개인홈페이지가 유행이었던 한때, 작가의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봤던 경험이 있다. 그만큼 작품이나 작가에 묘한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오즈의 닥터라는 제목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도로시나 허수아비, 겁많은 사자 등의 캐릭터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전혀 그런 애들은 나오지 않는다. 당연한 거겠지. 오즈의 닥터라는 작품의 모티브를 찾으려고 작품을 꼼꼼히 읽어보고 있었다. 아니, 저절로 몰입하고 있었다. 이를 찾기 위해 간단하게 작품의 내용을 인용하고자 한다. “대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거죠?”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부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이 두 문장은 작품 전체를 통틀어 두 번이나 나오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아버지와 누나, 고양이와 여고생 등 개연성이 충분히 느껴지면서도 뭔지 모를 허구가 느껴지는 일련의 사건 전개. 오즈의 마법사처럼 환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오즈의 닥터는 전혀 환상적이지 않고 다분히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그 내용 자체가 환상이라는 역설의 역설적인 내용이 펼쳐진다. 작품을 접하면서 이것이 환상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되자 어쩐지 아멜리 노통의 ‘적의 화장법’이라는 작품이 떠오르기는 했다.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은 망상이고 자기가 버리고 싶어하는 부분이 바로 진실이라는 모티브가 어딘지 모르게 통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읽다가 갈등이 해소되고 마무리되는 부분에서 ‘여러 우연이 겹치지 겹치지 않았다면 그들은 수연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환상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현실로 어떻게 돌아올까 하는 부분이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렇게 우연을 통한 해결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특히 ‘차례’의 바로 뒷장 디자인은 정말 획기적이었고, 작품에 푹 빠져들게하는 좋은 기법이라고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