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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오기와라 히로시, 김소연 옮김, 『회전목마』, 북홀릭, 2009.
놀이공원에 가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놀이기구가 등장한다.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무중력상태로 급강하하는 것이 있는가하면 자체 회전을 하면서 커다랗게 전체 회전을 하는 상상만 해도 토할 것 같은 놀이기구들이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변해가고 발전하는 것들 때문에 이제는 하나하나의 이름마저 기억 못하고, 그냥 팔팔열차 정도로만 두루 뭉실하게 명명하고 만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자신 있고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놀이기구가 있다. 바로 회전목마이다. 어릴 때도 놀이동산 한 가운데에 있었고, 30년이 흐른 지금도 놀이동산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어릴 때는 느릿느릿 움직이는 회전목마를 태우려는 부모님의 심정이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사실 그때는 그냥 나를 느릿느릿한 회전목마에 태워놓고 잠시 쉬려나보다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나이를 먹어서인지 회전목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왠지 모를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의 소재 또한 회전목마이기에 잠시 옛 생각을 떠올려보았다.
띠지에는 ‘코믹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다. 물론 재미있기는 하다. 개성이 아주 강해서 묘사된 글만 보고도 선명하게 각인되는 캐릭터들도 많이 나오고, 그냥 소심하고 존재감 없지만 알고 보니 주인공이었던 캐릭터도 있다. 사건이 진행되는 것이 다발적이기 때문에 자칫 흐름을 놓치면 상당히 헤깔리기도 하지만 다 읽고 보면 사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분위기와 여운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도 할 것이다. ‘회전목마는 말야, 항상 같은 자리만 맴돌지 않아? 마치 우리들처럼...’이라는 주인공의 독백은 변화를 모르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공무원인 주인공의 내면에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조금 더 재밌게 읽으려면 추억의 영화 [록키]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놓고 보기를 바란다. 몇 년 전에도 [록키 발보아]라는 제목으로 후속작이 나왔는데, 극장에서 Bill Conti의 Gonna Fly Now를 들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 극중에서 록키는 매경기 승리를 이끌어내는 그런 존재는 아니다. 오히려 많이 지고 깨지고 부셔지는 존재이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이 의미가 있다면 무모하리만큼 온힘을 다해 도전을 하고, 비록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면 만족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변화를 꾀하지 않고 무사안일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인공은 “천 년 후까지 그렇게 살아라.”라고 저주같은 꾸지람을 내리며 자신의 도전하는 삶에는 “아마 내일은 맑을 것이다.”라며 스스로 기운을 북돋으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