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뜨려는 배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 양철북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팔리 모왓, 이한중 역, [안 뜨려는 배], 양철북, 2009.

 

자전적 요소가 짙게 묻어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작가의 이름과 동일한 팔리 모왓이라는 점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자전적 소설은 다른 소설에 비해 사실적이라고 느껴서 그런지 더욱 공감하게 되고 몰입해서 읽는 편이다. 원래 소설이라는 것이 개연성있는 허구지만 자전적 소설은 그 장르를 독자적으로 구분해놓아도 될 만큼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닌 중간적 성격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이 매력이다. 이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고 빠져드는 이유는 이러한 작품의 성격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배경은 바다이다.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해양소설이랄까. 바다 이야기가 나오는 작품은 몇몇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은 처음이었다.

제목이 안 뜨려는 배이다. 해피 어드밴쳐 호, 배가 못 뜨는 것도 아니고, 의도를 가지고 뜨지 않으려고 하는 배라는 점이 나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사실 이 배는 뜨려고해야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폐선 직전의 상태의 배이다. 모험을 하기에는 모험의 실패를 확정시켜주는 보증품이랄까. 그렇지만 작중 인물인 팔리와 그의 동역자 잭은 이러한 상황을 즐기며 모험을 해나간다.배를 타고 가는 느낌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확트인 바다, 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헤쳐나갈 때의 야릇한 쾌락과 자신감. 일상에서의 괴로움과 스트레스를 한번에 날려보낼 수 있는 일상 탈출구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일반적인 배의 기능아닌가. 지금처럼 일상에 찌들어 있을 때는 조용한 일탈을 꿈꾸기는 하지만, 팔리처럼 생고생을 하고 싶지는 않다. 무모할 정도로 도전하고, 도무지 굴복이라는 단어는 알지도 못하는 그들의 모험은 거칠지만 매력적이다. 내가 갖지 못한 무엇인가에 대한 동경과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데서 느끼는 부러움과 묘한 대리만족을 느꼈다. 그렇지만 이런 완전한 생고생은 해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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