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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폐쇄병동
폐쇄병동이란 외부로부터 격리되어있는 병동을 뜻한다. 그 구성원들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만한 존재이거나, 전염의 위험이 있는 등의 잠재적인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폐쇄병동에 수용된 사람들은 비정상인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이자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는 곳은 ‘개방병동’이라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병원은 일반병원이 아닌 정신병원이다.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이들도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 병원에 갇히거나 수용되고 나면 하나같이 정신병을 가진 환자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게된다. 행동만 보면 정상인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그 행위가 정신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행동조차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것이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에 환자들은 각자 그 ‘무엇’이었다. 평범하게 농사를 짓던 사람, 주치의와 대학 동기일 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의학 박사, 사회에서 제법 사고를 치던 야쿠자 등 각자 의미가 있는 존재로 인정받다가 이 병원에 들어오는 순간 이도저도 아니고, 감정도 개성도 없이 획일하게 대우당하는 환자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극중에서 환자들은 병원 행사의 일부로 연극을 기획하게 된다.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환자가 아니라 하나의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맡아 무엇인가 되어보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는 행위를 시도한 것이다. 일찍이 이렇게까지 자존감 있는 정신병자는 본 적이 없다. 병원에 있기는 하지만 이네들은 이미 환자는 아닌 것이다. 다만 정신병원이라는 울타리에 있기 때문에, 전염이라든가 사회적인 위협을 주지 않기 때문에 개방병동으로 구분되어 있는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인 편견과 비난의 눈초리 때문에 역설적으로 폐쇄병동과 마찬가지인 곳이 되어 버린 곳. 약간의 안타까움과 동정심 아닌 공감대가 형성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다고 이 작품은 정신병원에서의 삶을 신파조로 읊는다던가, 지나치게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진중하고 차분하면서도 객관적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진정을 독자의 마음 깊숙이 전해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힘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패션트랜드를 보면 언밸런스가 오히려 밸런스를 형성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알록달록하고 군데군데 찢어진 저런 옷을 어떻게 입을까 생각하다가도 막상 입은걸 보면 그렇게 이뻐보일수가 없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정상과 비정상이라고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위험하기는 하지만, 이네들이 서로 모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똘레랑스를 발휘하여 조화롭게 살 수 있다면 오히려 세상은 정서적으로 더 풍요롭고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읽고 나서 많은 생각과 상당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