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은 없다 - 2008 대표 에세이
김서령 외 41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김서령 외, <약산은 없다>, 에세이스트사, 2009.

수필이란 뭔가? 내가 학창시절에 배운바로는 손가는 대로 혹은 붓 가는대로 자유롭게 쓴 글이라고 알고 있다. 수필의 영어식 표현은 에세이. 알게모르게 영어사대주의 사상이 팽배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로써는 수필보다는 에세이가 더 고급스럽게 들리기는 하지만, 에세이는 수필만큼 친숙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수필은 편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에세이는 왠지 형식적인 뭔가가 가미되어야만 할 것 같은 불편한 글이라고 생각하고는 한다. 어쨌든 <약산은 없다>는 수필 모음집이다. 42명의 수필가들의 글을 모아둔 것인데, 수필의 소재가 일상적이고 신변잡기적인 것이다 보니 이 글들은 자칫 내용의 통일성 없이 그냥 모아둔 것이 아닐까 걱정 겸 의구심이 들기는 했다. 몇 개의 글을 읽어보니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형식과 내용상의 차이는 있기는 하지만 인간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소설책은 많이 샀지만, 에세이, 수필집을 산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다. 쉽게 쓸 수 있고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사지 않은 이유는 쉽고 대중적인 만큼 예술적으로 처지는 평범한 글을 돈을 주고 사야만 하는가라는 수필에 대한 오인에 기인한다고 본다. 물론 개인적인 경우에 국한될 수도 있으므로 말을 조심해서 하긴 해야겠다. 이에대한 엮은이의 의견을 여기에 조금 섞어보면 우리나라에 축구 선수가 너무 많아서 축구의 질이 떨어지듯, 전문적인 훈련을 받건 안받건 누구나 붓가는대로 글을 써대다보니 수필 작가의 폭발적 증가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수필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고 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수필을 그저 그런 글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서까지 이를 읽어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엮은이는 약간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우리나라의 축구의 질이 떨어진 이유는 스타선수의 부재이고, 수필문학의 질적 저하는 스타작가, 즉 중견작가의 부진탓이라고 한다. 정말 수필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정석의 길을 갈 수 있는 중견작가가 제대로된 수필의 맛을 보여준다면 이미 대중성을 확보한 수필은 그 예술성마저 확보해서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 굳게 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확인 과정으로써의 기능을 하는데, 검증된, 중견작가들의 오랜 공력이 발휘된 수필 작품들만 모아놓은 에세이의 에센스이므로 수필에 대해 오해가 있거나 제대로된 수필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수필의 정수를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나 또한 오해를 하고 있다가 이 책을 통해서 수필의 맛을 조금이나마 봤으니 믿고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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