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위한 변명
신명호 지음 / 김영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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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호, <왕을 위한 변명>, 김영사, 2009.







  변명이란 흔히들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왕을 위한 변명’을 보고 이 책이 왠지 과오를 저지른 후 구차하게 구실을 대는 것으로 섣불리 판단해 버릴 지도 모른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그렇지만 변명에는 또 다른 뜻이 있었다. 즉, ‘옳고 그름을 가려 사리를 밝히는 것’이 그것이다. 나의 경우 제목을 보고 ‘왕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합리화시키기 위해 스스로 변명하는구나’라고 오해했는데, 제대로 보니 ‘왕을 위한 변명’이었다. 왕은 절대군주이고 권위와 위엄을 갖춘 존재였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하소연할 수 없었나보다. 당사자가 조용히 하고 있으니 단순한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도 온갖 추측이 난무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고. 나와 같은 역사적 지식이나 당시 정치 맥락 등에 대한 전반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소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만, 이 책의 작가와 같은 지식인들은 달랐을 것이다. 이렇게 온갖 억측과 근거 없는 추측이 나타나는 혼란한 상황에서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이 사건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판단해버리는 우민들을 위하여 지식인이 나섰다. 그것도 사건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제시해 줌으로써 우리들도 미약하나마 성찰의 계기를 얻게 된 것이다.

  등장 인물은 말할 것 없이 왕이다. 조선왕조를 창업했지만, 상왕으로 밀려나게 된 태종으로부터, 조선왕조를 외롭고 고단하게 마무리한 고종까지 다루었다. 우리들이 술자리에서 가끔 논쟁하는 것이 있다. 넌 단종이냐 세조냐. 그 사람의 가치관을 판단할 때 이런 질문을 던지는데 결국 니가 옳다 내가 옳다 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 민감한 화두인 세조를 불교의 수용과 거부라는 측면에서 새롭게 접근한 글도 있다. 게다가 왠지 핑계가 많을 것 같은 한스럽지만, 자신의 마음대로 원을 풀다간 연산군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폭정을 일삼던 연산군이었지만, 이 책에서는 제법 왕을 위해 변명을 대준다. 그가 행했던 흥청망청한 생활과 환락, 살육 등은 무절제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모성을 위해서라면 희학과 희욕이라도 상관없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할 것이라는 변을 해주고 있다. 말나온김에, ‘흥청망청 쓴다’의 어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흥청은 기생으로 연산군은 지금식으로 말하면 이동식 러브호텔을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서 욕정이 솟구칠 때 마다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흥청과 즐겼다고 한다. 이렇게 연산군이 흥청과 함께 마구 놀며 쓰던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124쪽 참고)

  이 책은 읽기에 따라서 어렵게 느낄 수도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견들이 많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기때문에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원래 정사보다 야사가 재미난 법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생전 처음 보는 몇몇의 삽화 또한 이 책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데 큰 도움을 준다. <왕을 위한 변명>은 우리 역사의 해설서로 중요한 역할을 할 뿐더러 대중에게 역사이해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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