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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에게 ㅣ 처음어린이 2
이오덕 지음 / 처음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오덕, <철이에게>, 처음주니어, 2009.
작가 이오덕은 평생동안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미소에는 아이같은 천진난만함이 잔뜩 배여있다. 프로필과 책 표지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고나서 시를 감상해서 그런지, 시를 읽는 내내 이오덕선생의 나긋한 목소리와(물론 만나뵌 적은 없지만, 왠지 나긋나긋할 것 같다) 푸근한 미소가 떠올라 읽는 내내 정겹고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제목 또한 친근하다. “철이에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근한 철이, 철수, 영희, 용이…… 그네들은 개별적인 대상이면서도 우리 아이들을 지칭하는 친근한 대명사이다. 작가가 독자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친근하고 정겹게 이름을 부르며 행복하고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내 이름을 부르며 시를 들려주는 노선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까무룩히 추억속으로 잠겨든다.
책의 구성은 제목 그대로 ‘그림 동화’이다. 참 읽기 쉬울뿐더러 마냥 정겹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형태이다. 게다가 동시. 즉 어린아이를 위한 시의 특성인 음악성이 매우 충실히 반영된 뛰어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 소절, 한 소절을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노래 부르듯 흥얼거리게 된다. 이는 단순히 우리 민족이 즐겨쓰는 3음보, 7ㆍ5조, 층량 3보격의 표현법을 썼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의 음악성을 고려하여 시어를 엄격하고 세밀하게 조탁하고 재구성한 결실이다. 참고로 그의 <우리 문장 바로쓰기>, <우리글 바로쓰기>는 우리 말과 글을 다듬은 명저로 꼽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요즘 활동하는 시인 중에 내용 뿐만 아니라 이 정도까지 음악성을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살려낸 동시 작가로는 이오덕의 오른편에 설 수 있는 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만족스럽고 감탄스러운 작품이다.
* 기억에 남는 시
<염소>
까만 옷을 입고 다녀도 / 깨끗한 풀만 먹는 염소야, / 깨끗한 물만 마시는 염소야, / 너는 그래서 겨우 손가락만 한 / 뿔을 두 개 길러쓴냐? // 조심스레 깨끗한 땅만 밟고 다니며 / 언제나 서먹서먹 나를 대하는 염소야, / 가랑잎이 바스락거려도 너는 놀라던구나. / 강아지가 달려와도 너는 비켜 서던구나. / 너는 너무도 착해서 / 촌스런 수염을 달고 다니지? // 매애! 저녁마다 다가오는 어둠이 싫어 / 언덕 위에서 울고 있는 염소야, / 나도 울고 싶단다, 너를 따라 / 피 같은 노을을 바라보면서 / 저녁이 오면 어린애같이 울고 싶단다.
(이오덕, <철이에게>, 처음주니어, 2009, pp.138~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