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영광, 『이별을 잃다』, 팬덤, 2008.

  슬픈 작품이다. 경찰인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로 사건의 전개가 상당히 세밀하고, 현실감있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범인과의 접선, 범행 모습, 조사 과정 등, 작가에게는 일상이지만 우리에게는 낯선 경찰의 세계를 핍진하게 그려내었다. 

  무엇보다도 인물의 감정 표현이 압권이었는데 이를 실제로 겪었거나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묘사한 듯 너무나도 실재감있는,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점을 높이 산다. 작품을 읽으며 잔인한 살해 장면에서 눈을 질끈 감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에 찬 절규에서는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작품을 읽었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고 흡입력이 강한 대단한 작품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사소한 일상이 가장 커다란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아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리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책을 읽고 나니 비로소 표지 오른쪽에 검은색의 인물이 눈에 띈다. 짜르라한 안타까움이 묻어 있는 그림이다. 

  이 작품은 독특한 시점을 통해 내용이 전개된다. 분명 1인칭 주인공시점이지만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 등이 모두 혼용되고 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나는 죽었는데 어떻게 내가 아내를 안아주지?’ 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이런 표기가 오타인 줄 알았을 정도로 헤깔렸었다. 이 작품은 오상원의 『유예/猶豫』처럼 의식의 흐름기법과 유사한 시점을 작품 전개에 사용하고 있는 독특한 작품이므로 이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접하면 좋을 듯 싶다. 좋은 작품이었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그만해, 이제 그만해……, 제발 살려줘……, 제발 이제 그만, 그냥 가줘……”(145쪽)
- 어머니가 눈물로 물었고 아내도 눈물로 답했다. (222쪽)
- 나는 죽어서야 내 아이가 바라던 것을 해 주었다. (262쪽)
- 가는 길에 구부러진 길이 없었으면 좋겠다. 돌아보면 뒤가 모두 보이게……(26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