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없는 생활
둥시 지음, 강경이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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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황석영은 『닭털 같은 나날』의 저자 류진운에 대해 ‘대단한 작가’라는 평을 한 적이 있다. 책 선택에 있어 타 독자나 출판사, 작가의 서평, 띠지의 문구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이와 같은 평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당시 그 책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둥시『언어 없는 생활』을 주저 없이 선택할 만큼 현대 중국 문학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생겼다.

  매우 좋았다. 상당한 흡입력이 있는 소재와 뛰어난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 속에는 한참을 곱씹어보게 하는 인간문제가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언어 없는 생활」,「느리게 성장하기」,「살인자의 동굴」,「음란한 마을」,「시선을 멀리 던지다」의 다섯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표제작인 「언어 없는 생활」이 가장 괜찮았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버리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노력, 그리고 그것이 무참히 짓밟히고 마는 비극적인 현실을 그림으로써 현대 사회의 비인간성에 대해 폭로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에는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글을 읽으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 

  내용은……, 다 읽고 나니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려운 중국인 이름이 여럿 나오고, 중편소설 다섯 편을 연속해서 읽었더니 여기저기 제멋대로 합쳐져서 헤깔리고 말았다. 창피하다. 어쨌든, 각각 아주 뛰어나고 좋은 작품이니, 나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개별 작품을 시간을 충분히 두고 읽어보라고 당부한다. 

  번역 작품이다 보니 문장, 단어 선택 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번역의 용이성을 위해서인지 혹은 둥시가 실제로 그랬는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문장이 지나치게 짧고 각각 따로 해석해 놓은 듯 문장 간의 접속사가 거의 없이 단문장으로 진행되는 것이 의아하다. 무론 이야기를 파악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은 없으나 좀 더 글다운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은 육감적이고 뇌살적(뇌쇄적!)이기까지 한(107쪽)처럼 창피한 오류도 몇 개 나오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지적한다. 옮긴이의 좀 더 세심이 노력이 뒷받침되기를 바란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이상하네. 라디오 소리를 못 듣는다면서 지금 내 말은 어떻게 알아들었지?” 왕자콴은 대답없이 헤벌쭉 웃어 보이기만 했다. “사람들은 항상 똑같은 질문을 하거든요. 헤헤”(「언어 없는 생활」, 16쪽)

-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핥아대는 남자의 입이 세상에서 제일 추악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란한 마을」,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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