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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온천
요시다 슈이치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 아마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일본 작가가 아닐까.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대부분 연애를 하고 있지만 '이런게 사랑이야'라고 무릎치게 만들정도로 뜨겁지는 않는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인데, 모두들 사랑을 하고 있지만 그것이 사랑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요시다 슈이치는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허무와 상실을 관조하지도... 오쿠데 히데오처럼 엉뚱하지도... 아사다 지로처럼 포근히 안아주지도 않는다. 그의 작품을 딱히 말로 정의내리기도 힘들다.
쿨하다고 하기에는 뭔가 좀 뜨뜻미지근하고, 따뜻하다고 하기에는 좀 뭔가 허무하기도 하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이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딱히 뭐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건 아마도 그가 현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담아내기 때문은 아닐까.
시게타는 탕 속에 우두커니 선 채로 다리 밑에 가라앉은 타월을 발로 찼다. 마치 꿈속에서 걷고 있는 것처럼 느릿한 움직임. 출렁인 물이 파도가 되어 넘친다. 꿈꾸었던 생활을 겨우 손에 넣었는데, 그곳에 있어 주길 가장 원했던 여자가 없다. 마치 그림을 움직여 맞추는 퍼즐처럼, 아무리 애를 써도 한 곳은 비게 마련이다. 빈 곳이 있기에 움직일 수 있는데, 그 빈 곳 때문에 완성되지 못한다.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