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어린이 2023.가을 - 통권 82호, 창간 20주년 기념호
창비어린이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산뜻한 오렌지색 표지의 중앙 부분에 ‘청소년 소설- 새로운 목소리’ 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온다.

청소년 소설은 새로운 목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왔는가? 청소년 소설의 정체성과 현주소를 생각해보게 한다.

나에게 있어 청소년 소설은?

작년과 재작년 도서관 업무를 맡으면서 청소년 소설을 꽤 많이 구비했다. 국내 굴지의 출판사들은 한참 전부터 청소년 소설 시리즈를 내놓고 있으며, 하나의 장르로서 제법 신선한 내용이 청소년들의 삶에 한층 다가갔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에게 신간 청소년 소설을 권하면서 '의외로 재미있네요.' 라면서 읽다가 빌려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내심 뿌듯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 역시 아이들과 토론을 위해 읽다가 가끔씩 마주치는 뻔한 설정과 설익은 문장들에 다소 실망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청소년 소설, 소설 뿐 아니라 시를 포함한 청소년 문학은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런 생각에 화답을 하기라도 하는 듯 특집으로 구성된 글 중 첫 번째 “청소년 소설은 교재가 아니다(오세란)”는 뜨끔하게 했다.

“가령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은 집착의 끝을 보여 주고자 시도한 작품이지 교육 텍스트가 아니다. 그런데 성인들은 이 작품의 의미를 재미가 아닌 교육으로 의도적으로 오인하려 한다. 교육이라는 이유를 붙여야 대중 서사를 청소년소설 장르로 수용할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최근 로얄드 달의 전집을 출판하면서 일부 편견과 관련된 표현을 수정하기로 하면서 논쟁이 된 적이 있다. “재현의 언어를 청소년에게”(강수환)라는 글 역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조금 더 진지하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그 뒤에 이어지는 7편의 단편(곽유진, 길상효, 단요, 백온유, 이희영, 최상희, 현호정)은 푹 빠져들어 읽을 정도로 촘촘하게 구성된 글이었고, 뒤편에 수록된 청소년 소설에 대한 서평들은 내가 읽었거나 읽으려고 하는 소설에 대한 시각을 넓혀주기에 충분했다.

제목이 ‘창비 어린이’라서 제목으로 겪는 억울함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창비 어린이 청소년이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있을듯 하다.

제목과 관련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알찬 내용은 청소년 문학에 더 깊은 관심이 있는 청소년, 학생들과 함께 청소년 문학을 접하는 교사, 청소년이라는 틀에 국한되지 않고 장르 문학 자체로서 즐기는 일반인과 학부모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본가
김형준 지음 / 월천상회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람이 분다. 해가 뜬다. 별이 진다. 그리고...비가 내린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사용했던 말이 다...주체가 없는 것을 주체가 있는 것으로 써 왔다. 그리고  자연 안에서 주체의 자리에 인간이 오면서 자연과 분리된 존재,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하는 존재가 되버린다.  

모아이 석상 위에 서있는 주인공에게 건너편 반가사유상이 있는 곳에서 비가 어디 있나고 한다. 내리는게 비지...아무 생각없이 그냥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우리가 비라고 이름을 붙여 놓았을 뿐이다. 아 하! 이 화두는 정말 신선하다. 이 그림책 매력있는걸?

그리고 이 장면을 여러번 보니 자연을 대하는 서양적 사고방식과 동양적 사고방식의 대립을 보여주는 듯 한다. 물론 서양의 사고방식과 동양의 사고방식을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나눌 수는 없지만 서양의 문명 발전은 상대적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왔던 동양의 그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가졌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한번 두번 세번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점점 빠져든다.

첫 장에서 똥물을 뒤집어 쓴 주인공이 밖으로 빠져 나와 이 화두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잠깐 보여주고 다시 처음으로 이야기는 돌아간다. 처음 읽을 때는 몰랐는데 그 다음에 배경과 주인공이 보인다. 그동안 나는 그림책을 보더라도 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림은 부수적인 것으로 넘겨버린 적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그림책은 구성이나 그림도 유심히 보아야 한다. 곳곳에 코드가 숨어 있다. 그리고 작가가 배치해 놓은 그림 곳곳의 코드도 내 나름대로 찾아본다.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은 뒤 비가 녹색으로 변하면서 세상을 초록색으로 물들인다. 왠지 회복되는 자연을 상징하는 것 같다...그럼 처음에 파란색 비는 뭐지?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이런 의미들을 생각해보면 한층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음...이거 뭐지? 나 큐레이터가 된것 같다.

똥물에 잠겨 있는 인간 문명의 결과들 하지만 인간이 벌여놓은 파괴적 행위에 덧없이 무너지거나 잠겨버리고 만다. 우리는 인간의 최첨단 기술력으로 이룬 것들을 당당하게 자랑하지만 자연 앞에서는 덧없이 무너져버리는 것들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살게 하는 것, 즉 자연을 잊어버리고 산다. 신선한 공기, 깨끗한 물, 들판, 산, 나무 등 자연의 소중함을 잊고 무참히 파괴해버리고 이용한 결과는 지금 어떠한가?

작가의 말처럼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에 대한 겸허한 태도와 자연과의 공존이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가 함께 읽고 생각해야 할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 친구, 동료, 부모님, 선생님 등 어떤 조합도 좋을 듯 하다.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고 생각이 자라기에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