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 유수연의 원 포인트 잉글리시
유수연 지음 / 살림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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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에 영어회화 학원을 부지런히 다니고 있었다. 전날 있었던 일을 영어로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옛친구로부터 온 전화를 받고 반가웠다는 얘길 하면서 " I receive the phone..." 이라는 말을 했다가 원어민 선생님을 웃기고 말았다.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내게 선생님은 '전화를 받다'는 'answer the phone'이라고 말해야한다며, 'receive the phone'은 '전화기 라는 물건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영어회화에 자신감이 조금씩 붙어가고 있는 때였는데, 내가 자신있게 알고 있는 것들이 모두 콩글리쉬일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때문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언어'는 책으로 익힌 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그 때 했었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르는게 낫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 때 뼈저리게 느꼈다. 외국인들과 많이 얘기를 해봐야 단어들에 대한 '감' 이 생길 것 같은데, 내가 표현하는 게 틀린 표현일수도 있겠다는 공포, 나의 엉터리 영어를 외국인들이 들으면 얼마나 웃길까 하는 걱정에, 영어회화 공부를 조금씩 멀리하고 있을 즈음, 반가운 책 한권을 만났다. <유수연의 원포인트 잉글리쉬>. 우리 말로는 같은 뜻인 것 같지만, 단어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콕콕 집어 설명해주고 있었다.    

   가령 see 라는 단어는 '보다' 외에 '알다' 라는 뜻을 갖고 있으니 know 와 같은 뜻이라고 우린 배웠는데, 다른 이의 말을 듣고 내가 하는 대답이 "I see." 냐 "I know." 냐는 그 의미가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I see."는 몰랐던 것을 비로소 알게 됐을 때 쓰는 말이고, "I know." 는 그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데, 그 진정한 의미는 모르고 앵무새처럼 "I see." "I know." 를 외쳤던 것이다.  그 외에도 대화상대가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은 그것이 비록 "가는 것" 일지라도 "come" 을 쓴다고 알려준 부분은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체한듯 막혀있던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이 책은 우리말로 먼저 생각해 무작정 그 뜻을 가진 단어를 찾아 쓸 게 아니라, 그 상황을 보다 섬세하게 고려해 그 상황에 딱 맞는 영어단어를 골라 쓰는 법을 키워보라고 독려하고, 영어회화에 필요한 단어의 수는 고작 1000개 밖에 안된다고, 그 1000개 만이라도 그 의미를 확실히 알아두라고 격려해준다. 이 책 한권에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얼마나 영어를 피상적으로 알고 쓰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하나씩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아가는 재미는 분명 주고 있다. 이제 남은 갈증은 오랜 세월 내것임에도 결코 내것이 아니었던, 뽀얗게 먼지 쌓인 "영영사전"으로 풀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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