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
오치 쓰키코 지음, 한나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삼십대가 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던 이십대 시절이 있었다. 삼십선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으로 아가씨에서 아줌마가 되어버릴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줌마 대신 올드 미스가 되어 어느덧 사십대를 향해 달리고 있는 삼십대 중반의 지금은 오히려 마음이 덤덤하다. 어느 순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이 세상 최고의 명언으로 가슴에 새기고, 나이를 잊고 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방어책일뿐, 정작 눈치 없는 내 몸은 나의 노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신 차리고 보면, 눈 깜박하는 사이 나이가 한살씩 올라가고 있는 게 실감나기도 한다. 불혹이라는 마흔의 나이가 되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보일까, 새삼 궁금하기도 하다.   

<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 이성적으로는 이렇게 해야한다는 자존심이 있지만, 그게 무너질 때 나오는 소리다. 제목처럼, 일도 섹스도 재미있을 게 없는 올드미스들이 자존심 무너뜨리고 "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며 솔직한 이야기를 내뱉는다. 고급스럽게 즐긴다면 솔로도 괜찮다고 자위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매일 밥먹고 차마시는 그릇을 비싼 걸로 장만하면 혼자 식사하는 것도 우울하지 않다는 생각, 젊은 여자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사회생활의 노련함을 자랑하면서도 다크서클이나 주름과 함께 동반되는 우울증,  나이를 잊고 살겠다 다짐하지만, 내 몸이 여자로서의 유통기한을 넘긴건 아닐까 하는 걱정들. 하지만 그 나이로 다가감이 두렵고 걱정되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솔직한 심리를 만나고 나니 가슴 후련함이 느껴진다. 다만, 이젠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 버려서, 사랑에 있어서만큼은 가슴 떨림의 모터보다 머리속 계산기가 더 먼저 작동되는게 아닐까 걱정되고,  결말이 뻔한 사랑은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고 겁장이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지 그녀들처럼 두렵기는 하다.
  

열한편의 에피소드 속에 녹아 있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마흔 살 여자들의 이야기. 여자이기에 더욱 이해되는, 이해할 수 없는 그녀들의 이야기,  가장 여우이면서, 가장 순한 양이기도 한 여자들의 양면성을 참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이야기. 마흔이 되기 전에 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문득 "오늘, 나는 좀 이상하다"고 느껴지더라도,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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