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구광렬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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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란 단어를 떠올려보면 왠지 거칠고 험한 굴곡 끝에 자리한 이상처럼 느껴진다. 그 거칠고 험한 굴곡속 안을 들여다보면, 철옹성과 같은 거대한 권력의 칼부림에 비명하는 대중들의 희생과 초라했을 목소리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 혁명의 끝자락에엔 새로운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세상은 변하고 있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갈망의 목소리는 오늘도 계속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때론 그 모아진 목소리에 나의 목소리가 필요할 때도 있다. 변화가 늘 혁명가의 칼끝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혁명가는 흩어져 있던 각각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집중시키는 노력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집중시키는 노력을 키우기 위해, 또 진정한 혁명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불의에 도전하고, 자유 수호의 의지를 불태우는 진실한 사랑을 내면에 키우고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안에서는 그가 혁명을 이끄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내면에 키워왔던 자유에 대한 열정의 씨앗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체의 배낭 안에서 발견된 녹색노트에 필사된 세사르 바예호, 파블로 네루다, 니콜라스 기옌, 레온 펠리뻬의 시들은 그대로 그의 혁명 사상의 발자취를 담고 있었다. 처음에는 왠지 낯선 작가들의 시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힘겹게 느껴졌지만, 시와 체 게바라의 지난 삶에 대한 자취를 잘 접목한 저자의 세심한 설명이 곁들여져 시와 체 게바라, 모두에 대한 이해도는 높여주었으며, 이들에 대한 새로운 궁금증까지도 이끌어 낸다.


"물레방아를 질주하는 돈키호테처럼, 결코 녹슬지않는 창을 가슴에 지닌채 자유를얻는 그날까지 달려갈것"(p.71) 체 게바라는 이렇듯 쿠바 혁명을 이끌어 안주할 수 있는 삶을 뿌리치며 이렇게 외쳤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체 게바라는 미래에도 죽지 않고 넓게 퍼져나갈 자유와 희망의 씨앗을 세상에 뿌리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 책을 통해 혁명은 무엇보다 따뜻한 사랑에서 시작되고 끝나야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우리의 삶의 모습이 그런 것처럼, 처음 시작할 때의 뜨거운 열정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져갔을 때 값진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변함없이 뜨거운 열정 하나만 마음속에 담고 살아도 우리의 삶은 그렇게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바로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안에 담겨져 있던 커다란 이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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