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냄새...
그렇다. 죽음에도 냄새가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감각이라는 것이 처음 장착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는 세상을 그 감각으로 해석하며 삶을 살아간다. 우리에게 삶이란, '감각으로 들어온 정보의 해석', 이것이 전부이지 않을까?
다시 상상해 본다.
만약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들, 다시 말해, 시각, 청각, 촉각, 미각 이런 것들이 사라진다면, 오직 후각으로만으로 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세상을 해석한다면, 그의 삶은 어떠할까?
작가 말에 따르면, 자궁 속 태아가 15주가 되면서 후각기관이 형성되고 양수 속 여러 물질의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태아는 양수의 냄새가 조금씩 달라질 때마다, '오늘은 마늘향이 어제보다 더 진하게 나는구나. 고기 향이 나는데.. '(물론 태아는 아직 마늘이나 고기라는 것을 명명하지 못하겠지만) 라며 그 미묘한 변화를 통해서 양수라는 세상을 인지하고, 아마도 엄마라는 대상과 교감하겠지. 그러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서 처음 맡게 된 공간 냄새와 탯줄을 자를 때 나는 뜨거운 피 냄새로 자신의 환경이 달라졌음을 인식할 듯 하다. 엄마를 통해서 처음 모유를 먹게 되는 순간, 모유 냄새 덕에 어쩌면 배고픔이라는 것을 처음 감각하게 될까?
물론, 하나의 감각으로 세상의 정보를 온전히 다 이해하면서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후각이 주는 정보는 그를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하는데 충분히 많은 것을 제공할 것만 같다. 그 만큼 강렬하고, 명확한 것이 후각적 정보, 냄새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