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학교 - 학교 밖에서 배우는 사랑 교육
김상훈.윤정희 지음 / 두란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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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아이를 입양하여 하나님의 사랑으로 키우고 있는 김상훈 윤정희 부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내 배로 낳은 자식 셋도 키우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데 11명의 아이를 입양하여 키운다니. 더군다나 아픈 아이들을 입양하고, 다 큰 아이들을 입양하여 정말 사랑으로 키우고 있었다. 한 아이만 아파도 온 신경이 그쪽으로 쏠려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고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사는 것이 어려운데 신체적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아픈 아이들을 그저 사랑으로 감싸고 기다려주어 길을 인도해준다. 이 아이들에게 부부는 하나님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아이들을 인도하고 가르치사 아이들도 하나님의 자녀로 올바르고 곧게 자라나고 있다. 3명의 딸과 8명의 아들. 아들 셋만 키워도 다들 대단하다, 나라에서 상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8명의 아들이라니. 가장 궁금한 점 아이를 키우면 돈이 많이 드는데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돈 걱정하고 싶지 않지만 돈이란 것이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애를 많이 낳아서 원하는 것을 해주지 못할까 봐 나중에 원망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들 부부의 돈에 대한 생각은 돈을 이월되지 않게 하자고 한다. 그러니 과격하게 이야기하면 하루 먹고사는 것에 충실한 것이다. 거의 남지 않지만 혹시나 돈이 남으면 기부하거나 헌금한다고 한다. 와...! 내가 이 경지까지 가려면 한참을 멀었지만 삶의 방식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무로 왔다가 무로 돌아간다. 어차피 무덤에 돈을 싸고 갈 수도 없지만 사람들은 많은 돈을 가지기 위해 하루를 갉아먹는다. 아이들도 학교를 다니면 자본주의에 노출이 될 수밖에 없어 부모와 충돌이 일어나게 되어 있는데 지혜롭게도 성경 말씀을 통한 대화로 해결한다고 한다. 신체와 마음이 아픈 아이에게 네가 어떤 모습이든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지켜봐 주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만큼 든든한 버팀목이 있을까. 일관적인 교육을 개성 없이 강압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 사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안교육도 아이 때부터 시작해야 하지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다 큰 아이를 그제서야 대안교육으로 인도한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다. 아이를 부모 곁으로 오게 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아이 곁으로 가고 싶다는 말. 그 말이 내 가슴속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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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한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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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는 <풀꽃>이라는 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

풀꽃

몇 문장 되지 않는 짧은 시가 가슴 한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시의 힘이 그런 것 같다.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몰랑몰랑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시를 쓸 수 없을 거 같으니까. 나태주 시인은 선생님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시를 쓰셨다고 한다. 지금은 자연 속에 살면서 시를 쓰고 있다. 그가 쓴 사랑에 관한 시를 읽다 보면 구구절절 적어내려가지 않아도, 선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그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가장 마음속에 오래 머물러있는 시를 계속 보고 싶어서 첨부했다. 시 <이기심> 아무도 모르게 마음 구석 깊숙이 숨겨놓은 마음이 들킨 것 같아 찌릿했다. 시 <첫눈> 낭만적인 이미지의 대명사 첫눈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고민해보게 한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인간이다. 쓸데없이 화를 내어 남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 하고 남의 불행을 보며 안심하는 위선적인 인간이다. 부족한 인간임을 자각하고 있기에 우리는 변하기 위해 좋은 글을 읽어야 한다. 늘 장문만 읽다가 시를 읽어보니 시만의 매력이 느껴진다. 글이 짧으니까 눈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머무는 시간 만큼 내 마음에 잔상을 남긴다. 좋은 글을 읽고 쓰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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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게 죽기보다 싫을 때 읽는 책 - 내 마음을 괴롭히는 관계습관 처방전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김한결 옮김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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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에서 당장 그만둬야 할 나쁜 습관을 사고 방식, 태도, 듣기, 말하기, 행동 방식에 초첨을 맞춰 이야기하는 책이다. 인간관계가 번거로워지는 이유는,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고 자신에게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 사고와 타자중심적 사고에 대해 나온다. '타자중심'은 사회의 상식과 규범 및 규칙에 얽매어 이를 따르고, 주변사람에게 자신을 맞추는 등 외부에 기준을 두고 매사를 결정하려는 삶의 방식이고, '자기중심'은 자신의 욕구와 기분, 감정 등 내면에 기준을 두고 가능한 한 자기 마음을 따르고 충족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 즉,'자기중심'은 바꿔 말하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자, 이렇게 설명만 들어도 인간관계로 괴롭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걸 알 수 있다. '자기 욕구와 감정'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결과는 똑같을지 몰라도 최소한 괴롭지는 않다.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태도는 상대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상대를 바꾸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서로 싫어하는데 바뀌길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위해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도 잘못되었다고 한다. 상대를 바꾸기 보다 자기 성장을 위해 힘쓰는 것이 훨씬 좋다.

우리는 상대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주면서 우울함에 빠지거나 괴로워진다면 '동정의 지배'에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한다. 죄책감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바로 나..?)이라도 "모든 상담에 응하지 안하도 괜찮다"라고 생각하며 거절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답정너에게도 꼭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결코 공감하지 못할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맞아, 맞아."라고 했다가 나중에 다 뒤집어쓸 수가 있다. "너도 그 때 같이 욕 했잖아?"같은. 그럴 때는 "그렇구나"로 상대의 생각과 의견, 감상을 인정하는 말을 하면 된다. 도저히 듣기 힘들 때는 "그런가요?"로 상대의 말을 잘라도 된다.

"하지만"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늬앙스를 풍긴다. "하지만"을 자주 뱉는다면 나의 말하는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신에 공백을 넣어보자. 잠시 한 템포 쉬고 내가 원하는 말을 하면 부정적인 느낌 없이 내 뜻을 전할 수 있다.

대화하는 방법도 잊어버리는 것 같다. 안심하고 편안하게 대화하기 위해

-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 바로 대답하지 않아도 상대가 기다려준다.

- 상대가 본인의 주장만 강요하지 않는다.

-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는 대화의 캐치볼을 통해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해야겠다.

정말 실용적인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책이다.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내가 누구 중심적 사고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반반정도일까.. 확실하 자기중심사고로 살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하거나 남탓을 하지 않게 될 것 같다. 자기중심적사고는 이기적인 사고가 아니다. 이기적인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다른 사람 탓을 한다. 최선을 다했고 배려 했는데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며 비난을 한다. 타인중심적인 사고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몸에 배였으나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이 아니었으므로 상대방의 행동의 변화가 자신에게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자기중심심리학은 자신을 인정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가끔 다른 사람이 내 맘같지 않다며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는 글들을 읽을 때가 있는데 글쓴이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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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100쇄 기념 에디션)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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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따라 더 기세가 등등한 내 마음속의 도깨비도 이 말에는 반기를 들지 못했다. 분명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고, 내일을 위한 희망이 있어 행복하고, 그리고 나의 능력과 재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것은 나도 순순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소금 3퍼센트가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우리 마음 안에 나쁜 생각이 있어도 3퍼센트의 좋은 생각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다'였다._42p

'왜?'라는 물음에 나는 별로 논리적인 답을 할 수 없다. 그냥 내 마음이 시켜서 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난 그때 무척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 신에게 내가 불운의 대상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고, 내 자유의지와 노력만으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불공평하게 느껴졌고, 오로지 건강하다는 이유로 나에게 우월감을 느낄 사람들이 미웠고, 무엇보다 내가 동정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존심 상했다. 그래서 내 병은 나와 가족만의 비밀로 하고 몰래 투병하기로 했다._61p

민숙아,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인데, 사람이면 누구나 다 메고 다니는 운명자루가 있고, 그 속에는 저마다 각기 똑같은 수의 검은 돌과 흰 돌이 있다더구나. 검은 돌은 불운, 흰 돌은 행운을 상징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이 돌들을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란다. 그래서 삶은 어떤 때는 예기치 못한 불운에 좌절하여 넘어지고, 또 어떤 때는 크든 작든 행운을 맞이하여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작은 드라마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아마 너는 네 운명자루에서 검은 돌을 몇 개 먼저 꺼낸 모양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남보다 더 큰 네 몫의 행복이 분명히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_117p

내가 살아 보니까 내가 주는 친절과 사랑은 밑지는 적이 없다. 내가 남의 말만 듣고 월급 모아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한 것은 몽땅 다 망했지만, 무심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작은 선행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고 누군가의 마음에 고마움으로 남아 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_122~123p

아무리 운명이 뒤통수를 쳐서 살을 다 깎아 먹고 뼈만 남는다 해도 울지 마라, 기본만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살이 아프다고 징징거리는 시간에 차라리 뼈나 제대로 추려라. 그게 살 길이다._144p

장애인이 '장애'인이 되는 것은 신체적 불편 때문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생산적 발전의 '장애'로 여겨 '장애인'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못 해서가 아니라 못 하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해서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신체적 능력만을 능력으로 평가하는 비장애인들의 오만일지도 모른다._183p

"그래도 지금 내가 여기서 왼쪽으로 가야 할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결정하는 건 순전히 내 자유의지야. 여차하면 차 버리고 택시 타고 가면 되지. 길에서 끝없이 헤매는 것이 인생에서 끝없이 헤매는 것보다는 나으니까."_208p


처음 보는 작가였는데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었다. 만 1살 때 고열로 인해 소아마비가 되었고 3번의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다. 세상의 기준으로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녀가 책을 내고 한국에서 내노라는 대학에서 교수 일을 하기까지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내가 오만했다. 그녀의 부모는 이북에서 내려와 맨손으로 육 남매를 길러내셨고 그녀도 부모처럼 강인하게 살아왔다. 장애, 비장애를 나누는 건 비장애인이 만들어낸 잣대로 오만함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것을 느낀다. 외국인은 한국에 장애인이 없는 나라라고 오해한다고 한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의 글을 읽다 보면 그동안 무심했던 게 미안해진다. 슈퍼맨으로 유명해진 크리스토퍼 리브가 '당신은 이제 영화 속의 슈퍼맨이 아니라 진짜 슈퍼맨이 되었다'라고 말할 때마다 무척 언짢았다면서 '왜 저의 상처에도 역할이 주어져야 하는지요라고 말했다. '역할을 부여하는 상대가 비단 유명인 뿐이겠는가 우리는 '너는 누구냐'라고 물었을 때 '누구의 엄마,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직업' 등등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는 말을 하지 못한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누구인가?' 자문해보았지만 여전히 대답을 찾지 못했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직도 유효한 것은 그 답을 찾지 못해서일 테다.

너무도 당당하게 자신은 약속시간에 거의 늦고, 방향치이며,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밉지가 않다. 다른 사람이면 단점이라고 말할 법한 그런 것들도 그녀만의 문체로 인해 새로운 이야기로 태어나고 있다. 에세이 책이라 그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지만 그것보다 나는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오만하지 않으며 지루하지 않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우습게 들리지 않았다.

약자로 살아가면서 불쾌했던 경험담을 어깨에 묻은 먼지 하나 털어내는 듯한 성격하며, 암이 생겼을 때 세상의 불운을 다 자신이 짊어지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내비치는 솔직함과 방향치 때문에 고생하니 남편에게 의지하고 싶다가도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 평생을 헤매지 않겠다는 현명함, 경험에서 깨달은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는 나무 같은 마음, 그녀를 보면서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의 이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떤 책은 읽는 도중에 작가가 궁금하여 검색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그녀의 살아온 삶의 흔적들이 궁금했다. 그저 긍정적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는 부족한 내가 감히 가질 수 없는 에너지가 있다. 스님이나 수녀님이 쓴 책은 종교적인 냄새가 나고 '착하게 살아라'라는 메시지가 강하여 읽는 내내 석고대죄해야 할 것 같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나 부족한 사람이야, 나 못난 곳이 많아- 그러면서도 나를 불쌍하게 보지 마- 인생은 소중한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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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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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언만이 뭔가를 잃어버린 게 아니었다. 나 또한 뭔가를 잃어버렸다. 오히려 더 치명적인 쪽은 나일 수 있었다. 다언은 자신이 뭘 잃어버렸는지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는 데 반해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엄마가 엄마 스스로를 바꾸지 못해 언니의 이름을 바꾸려 했다면 나는 언니의 그 무엇도 바꾸지 못해 나 스스로를 바꾸기로 했다.

나는 더 이상 다언이 아니다. 채언 또는 타언, 그런 비슷한 것일 수 있겠지만 내 마음도 내 얼굴도 이제 다언은 아니다. (……) 누군가 봄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듯이 나는 내 삶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다.

그를 만나야겠다.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야겠다. 그걸 확인한 후에야 내가 누구로 살지, 어떻게 살지를 결정짓겠다. 그를 만나야 내가 살 수 있다. (……) 드디어 오랫동안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고 노란 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듯했다. 노란 천사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레몬, 이라고 나는 의미 없이 중얼거렸다. 복수의 주문처럼, 레몬, 레몬, 레몬이라고.

2002년, 온 나라가 월드컵에 열광할 때 언니가 살해됐다. 너무 예뻤던 언니 혜언. 가족의 삶은 붕괴되었다. 다언은 언니가 되기 위해 살을 빼고 성형을 했다. 그렇게 자신을 잃는 줄도 모르고 잃어가고 있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범인을 찾아가기로 한다. 자신이 범인이라고 생각한 그 사람을. 엇, 그런데. 한만우가 아닌가 보다. 누구일까. 악몽에 시달려 상담사를 찾은 그(그녀)는.

<일부 가제본만 제공받아 앞 부분만 읽어보았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왜 그녀를 죽였을까? 다언은 범인을 만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자신이 누구인지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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