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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심신의 안정을 위해, 다이어트를 위해, 혹은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휴양지에 찾아간 아홉 명의 사람들. 로맨스 소설 작가였으나 최신 책은 출간이 되지 않고 연애사기를 당한 프랜시스, 180억 원 복권 당첨 이후 불행해진 부부 제시카와 벤, 한 때 잘나가는 운동선수였다 지금은 이혼 후 홀애비의 삶을 살고 있는 토니, 네 딸아이를 출산 후 매력이 없다고 이혼 당한 카멜, 이혼 전문 변호사 라스, 오빠의 자살로 무너진 조이네 가족 총 9명이 모였다. 너무 다르고 다양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심신을 치유하고자 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매일 피검사를 하고, 묵언수행이라고 한 마디도 못하게 하고, 달빛명상을 해야 한다고 자는 사람을 갑자기 깨우지를 않나, 무엇이 들어갔는지 모를 스무디를 먹인다. 기분 탓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으나 기분이 좋아지고 몸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성실한 수행자 야오는 CEO 마야의 목숨을 구한 응급구조대원이다. 죽었다 살아난 마야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그 경험 덕분에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거금을 내고 자신이 지은 평온에 집에 오는 손님들을 위해 기꺼이 그 경험을 나누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마약을 몰래 스무디에 태워 환각을 일으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었던 것.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라는 제목에서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완벽한 타인이 가능할까. 가족을 이루는 삶에 성공했다고 느낀 사람, 단란한 가족이었던 사람, 잘 나가는 작가였던 사람,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당첨금을 거머쥔 사람 등 모였지만 그들 내면은 상처 투성이였다. 오빠, 아들을 잃고 서로를 비난하면서도 말로 꺼내지 못하고 각자 죄책감에 괴로워한 가족들을 보며 마야의 마약 덕분에(?) 그들은 진심을 내보일 수 있게 되었다. 쌍둥이오빠의 기일이 아니라 자신의 생일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고 부모들도 아들이 죽은 그 달에 늘 괴로워하지 않고 남은 딸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살을 빼면 다시 남편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보통 체형이지만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카멜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고, 남편이 새로 만난 소냐와 친구가 된다. 마야는 자신의 새로운 프로젝트 성공이 불안해지자 무모한 시도를 하게 된다. 손님들을 한 방에 가두어놓고 서로를 변호하라고 시킨 것. 어디선가 나는 불 타는 연기와 냄새, 그리고 소리들... 과연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책 속에서
제시카는 바로 그 순간에 SNS에 글을 올리지 않으면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는, 중요하지 않다는, 진짜 인생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 p190

남자들은 '몸무게를 떨어뜨린다'는 말을 많이 했다. 몸무게라는 게 마음만 먹으면 쉽게 떨어뜨릴 수 물건인 것처럼. 여자들은 체중이라는 게 자신이 지은 죄악인 것처럼 시선을 깔고 '체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 말이다. p266
부모님은 몸을 황폐하게 만드는 끔찍한 불치병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부모님을 쫓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슬픔이 육체에 그토록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에는 몰랐다. 잭이 죽기 전에는 슬픔은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슬픔이 온몸을 아프게 해서 소화도 안 되고 생리주기도 흐트러지고 잠도 못 자고 피부도 나빠진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p285
잭이 말했다. 잭은 아직도 이곳에 있었다. 잭은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 조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행을 하고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늙어갈 때도 늘 조이 곁에 머물 것이다. 잭이 죽음을 택했다고 해서 조이가 삶을 택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잭은 언제나 조이의 가슴에, 기억에 머물 테고 언제나 조이의 옆에서, 조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할 것이다. p389
프랜시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은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요. 당신을 완성하는 데 남자는 필요하지 않아요. 당신의 몸이 당신을 규정하지 않아요. 당신은 당신 자신과 사랑에 빠질 필요가 있어요. 남자 말고 다른 얘기를 해봐요. 이러다가는 우리, 벡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겠어요. p458


"지난 삶에서 그리운 건 하나예요. 우리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요. 우리한테는 좋은 사람이 될 시간이 없었으니까. 근근이 살아가기도 벅찼거든요. 그런 삶이 훨씬 쉬웠어요."p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