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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지각의 문.천국과 지옥
올더스 헉슬리 지음, 권정기 옮김 / 김영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지각의 문, 생각의 저편에는
이 책은 난해합니다. 정말 난해합니다. 다 읽었지만, 이해한 부분보다 이해하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재밌습니다. 하루키의 책처럼 너무 난해한데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추천하고는 싶지만, 왜 추천하고 싶은지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운 그런 책입니다.
헉슬리는 우리가 언젠가 한 번은 들어봤을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멋진 신세계'라는 앞으로 100년은 더 출판될 명저를 지은 소설가입니다. 놀라운 점은 그가 생각했던 미래의 모습은 지금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것입니다. 동시대의 소설가 오웰이 정보 통제를 걱정했을 때, 그는 이미 정보 과잉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가 너무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지느라 진실을 보지 못한다.’, ‘쾌락이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등 지금의 시대를 상징하는 여러 예측을 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의 생각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어떤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알기 위해 생각의 탄생과 같은 생각을 설명한 책도 읽어봤고, 데카르트의 노트 같이 그들의 생각을 적은 책도 읽어봤습니다. 이 책 또한 이 연장선으로 헉슬리의 사고체계를 탐구해보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지각의 문을 열어 우리가 지각하는 것 이상의 것을 봐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동시대를 혹은 그 이전을 살아갔던 학자들이 어떻게 지각의 문을 열어 저 너머의 있는 세상을 탐구했는지 저술합니다. 이 책은 그 탐구 중 지각의 문과 천국과 지옥이라는 두 권의 책을 하나도 합친 것입니다.
그는 지각을 뛰어넘기 위해 흔히 말하는 마약을 먹습니다. 이것이 참 독특했습니다. 보통이면 상상으로 저술하거나 다른 방편을 찾아봤을 것인데, 그는 직접해봅니다. 어쩌면 많은 예술인들이 창의력을 위해 마약을 한다 하는데, 그의 저술을 보면 그 이유가 합당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 일이 합법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그가 말하는 환각의 경험이 흥미롭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확실히 그는 탁월한 이야기꾼입니다.
책에는 많은 그림이 있습니다. 헉슬리는 지각의 세계의 많은 부분을 그림으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위해서는 그림이 꼭 필요한데, 그림이 책 중간에 있지 않고 맨 뒤에 모여 있어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오래 두고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의 탄생’처럼 명확하게 사고의 체계를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헉슬리만의 독특한 관점을 살펴보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