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실리 다이어리 - 이탈리아 로베르토 아저씨네 집에서 보낸 33일, 길 위에서 만난 세계 5
허은경 지음 / 지성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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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작가님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최근 들어 책을 읽다 보면 괜한 회의감이 든다.
요즘은 조금의 작문능력만 있다하면 너나할것없이, 그 어떤 가벼운 내용이라 할지라도 출판하고 보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렇게해서 등단을 한다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막상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독서 후 남는게 없어서 허무하기까지 하다.

처음, 네이버 카페 유랑에서 올린 이벤트 <시실리 다이어리>에 응모했을 땐, 되고 싶은 마음 반, 이러나 저러나 하는 마음 반이었다.
편견이란 것이 정말 얄밉게도, 이 여행서 역시 그닥 나에게 와닿지 않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뭐, 속지 마지막의 레시피의 토씨 하나까지 읽고나서는 그 생각을 수정, 결론 지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그냥 간단한 기행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의 시실리는, 본래 불리는 이름은 시칠리아로, 어느새 옛 영화로 불리는 대부의 배경이다.
그러다보니, 그 곳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시칠리아하면 마피아들의 천국으로 인식되는 듯 하다.
이곳에서 민디는 또 여러가닥의 인연의 실을 맺고 온 듯해서 진심으로 부럽다.

애니웨이, 시칠리아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자치주이자 지중해 최대의 섬으로 남동쪽에는 몰타 등이 위치해 있는 등 각국으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세계여행을 즐기는 자라면 이곳을 포함시켜 여행일정을 짠다면 상당히 알 찰듯 하다.

지은이는 여행 중에 인연이 닿은 로베르토 아저씨의 집에 머문다는 거대한 전제하에 시실리 여행을 계획한다.
요즘, 수많은 여행서가 도서 진열대에 놓여있는 데, 개 중 건질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것은, 물론 순전히 나의 입장에서 쓰여지는 이야기이지만, 여행서라고 해서 자신이 여행지에서 느낀점 혹은 사진, 간단한 입장료나 검색을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만이 들어있다면 그것은 그냥 자신이 소장할 기행문의 가치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한가지의 테마를 갖고 열심히 공부해서 여행을 간다면, 그 어느누구도 쉽게 쓰지 못할 여행서가 나온다고 생각하는 거다, 나는.
처음, 시실리 다이어리에 대한 나의 생각도 위와 같았다. 단순한 기행문이 아닐까하는,
그래도 책이 도착하기 전까지 들떠있었던  것은, 모처럼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고, 내 유럽 배낭여행의 첫 국가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책은, 처음부분은 어느 여행서와 다를 것이 없다.
하긴, 내가 아무리 전문적인 자료를 원한다고 하지만, 난대없이 첫장부터 전문적인 지식을 들먹인다면,
차마 다음장이 두려워 넘기지도 못 했을 것이다.
그녀의 책은 간단히 몇 시간만에 독파할 수 있을 것 같이 가벼운 기행문이면서도,
건축에 대한, 미술에 대한 섬세한 지식이 깃들어 있어 지나친 곳을 다시금 확인하게끔 한다.
게다가 뛰어난 촬영능력을 커다랗게 자랑하기보다는 아담한 사이즈로 책 한켠에서 글의 이해를 도울 뿐이다.
아무래도, 이래저래 맘에 들어온 책인 듯 싶다. 계속 칭찬일색;;
지인이 있는 상태에서 찾아간 여행지인 덕인지, 단순히 스쳐지나갈만한 이야기보다는 뭔가 끈끈한 정과 관계가 넘치는 인간관계에 대한 얘기도 있다.
단순히, 자연경관이나 에피소드의 나열보다는 말이다.
여행지 소개서와 다르게 여행지로 찾아가는 법이라던가 가격은 없다. 이 책의 또다른 차별점이다.
가볍게 산보다니는 식의 책이기도 하고, 상식이 들어있는 책이기도 하다.

한번 권할 만한 책이었다. 2009년 기축년의 독서 2번째 도서, 나름 뜻깊었다고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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