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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미자 씨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18
정주희 지음 / 북극곰 / 2025년 2월
평점 :
얼마전 물리학자가 쓴 과학인문책 『떨림과 울림』에서
죽음을 대하는 물리학자의 시선이 기억에 남았다.
원자로 이루어진 인간이 다시 원자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죽음이라고,
원자가 모였다가 다시 흩어진다고 물리적으로 생각하니,
두렵고 무섭기만 했던 죽음이 조금은 덤덤해진다고....
우리 삶에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죽음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본다면
무섭고 끔찍하고 견뎌야만 했던 시간이,
그리움의 시간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미자씨』는 더이상 볼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를 위한 그림책이다.
어느 순간 내 곁을 떠난 사랑하는 이, 미자씨...
죽음의 강을 건넌 미자씨도 나를,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노란색 원피스와 모자가 눈에 띄는, 아기자기한 방.
초록색 나뭇잎 이불을 덮고 곤히 자는 미자씨.
솔방울 전등과 자개무늬 농장, 레코드판까지...
미자씨는 옛날 사람이 분명하다! ㅎㅎ

잠에서 깬 미자씨는 치장에 한참이다.
머리도 구르프에 말고, 빨간 립스틱도 정성껏 바른다.
미자씨에게 꼭 어울리는 노란색 원피스와 모자, 그리고 아끼는 가방까지
어디를 이렇게 예쁘게 가는 걸까?

조금 특이한 문을 나섰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나~ 미자씨가 나온 곳은 바로 자신의 무덤이다!!
김미자. 그녀의 이름이 적힌 비석을 반으로 가르고 유쾌하게 웃으며 나온다.
죽음을 건넌 미자씨는 더이상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죽음뒤에 펼쳐진 새로운 삶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매일 아침 찾아오는 나비친구와 함께 말이다.

자신의 무덤앞에 차려진 음식으로 나비와 브런치를 즐기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삐삐삐삐~♬♪♬♪
아침부터 누가 날 찾는거지?
자, 그럼 가 볼까?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미자씨를 찾는 소리인가 보다. 삐삐삐삐~♬♪♬♪
브런치 시간을 방해해서 귀찮을만도 한데,
나비와 함께 길 떠나는 미자씨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어디선가 흥얼흥얼 콧노래도 들리는 듯!

아침부터 미자씨를 그리워한 손녀,
학교 가는 길, 미자씨의 손녀는 왜 미자씨가 그리워졌을까?
미자씨는 서둘러 기억의 문으로 다가가 손녀의 기억을 들여다본다.

아~ 미자씨가 손녀를 위해 만들어준 음식을 그리워했구나!
아침일찍 나서는 길, 손녀가 아침 굶지 말고 맛나게 먹고 가길 바랬던 애타는 마음
그 마음이 담긴 음식은 얼마나 맛있었을까?
그 음식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손녀의 기억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준 미자씨를 부르는 소리, 삐삐삐삐~♬♪♬♪
이번엔 누가 미자씨를 찾는 걸까?
다시 나비를 타고 미자씨는 그리운 기억을 찾아 길을 떠난다.

한가득 꽁꽁 싼 짐을 택배에 부치는 할머니를 보며 문득 떠오른 기억.
엄마도 나 끼니 꼭 챙겨먹으라며 상자 한가득 넘치도록 싸주셨는데...
난 이 많은 걸 다 언제 먹냐고 투덜거리기만 했었지....
후회 가득한 미안함에 더욱 미자씨가 그리워지는 아들.
미자씨는 아들이 미안한 마음에 슬퍼지지 않도록 토닥토닥 마음을 매만져 준다.

다시 볼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때 할머니가 해줬던 맛있는 된장찌개,
필요없다 하는데도 사람이 먹어야 힘을 쓴다며 차곡차곡 싸주던 음식,
주렁주렁 매실이 열리며 새콤달콤 담아주던 매실청...
지나고나면 모두 아련한 그리움이 되는 시간,
삐삐삐삐~♬♪♬♪ 미자씨를 그리워하는 소리가 들리면 미자씨는 어디든 달려간다.
그리워하는 이들이 더 슬퍼지지 않게 따스하게 안아줄려고....
아직은 죽음이 낯설고 두렵기만 한 아이도 『영원한 미자씨』를 함께 읽으며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나비를 타고 찾아온다면 좋을 것 같다 이야기 한다.
죽음이 원자로 돌아간다는 물리적 개념은 이해못하지만
『영원한 미자씨』가 들려주는 그리움의 냄새는 따스하다고 이야기해주는 아이.
오늘 누군가가 그리워진다면,
그림책 『영원한 미자씨』를 함께 읽어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