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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걷다 보면 ㅣ 민트래빗 일본 전국학교도서관협의회 선정 도서
무라나카 리에 지음, 이시카와 에리코 그림, 송지현 옮김 / 민트래빗 / 2023년 8월
평점 :
흙을 밝으며 맨발로 걸어본 적이 언제였을까?
내가 아주 어린아이였을때?
어른이 된 후로, 최근엔 맨발로 길을 걸어본 기억이 없다.
우선....내 주위에선 흙길을 보기 힘들다.
검정색 아스팔트길 옆에 화단에서나 흙이 있을뿐...
막연하게 언젠가 한 번쯤은 맨발로 흙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작은 바램을 담은 책 『맨발로 걷다보면』
그림책 속 아이는 어떻게 하다 신발도 없이 맨발로 길을 걷게 되었을까?
아스팔트길을 지나 포근포근한 붉은 흙이 있는 길은 어떻게 찾았을까?

비가 내린 다음 날, 수박은 얼마만큼 커졌을까?
궁금한 마음에 수박밭에 갔더니, 이게 웬일!
검정색 까마귀가 그물을 뚫고 수박을 쪼고 있다~
급한 마음에 까마귀를 쫒으려다 신발 한 짝이 벗겨졌다...

까마귀는 푸드덕~ 날라가버리고, 수박은 흉하게 쪼개져버렸다.
신발은 어디로 가버린걸까?
맨발로 흙을 밝으며 수박덩굴를 피하며 걸었더니
따끔따끔, 오싹오싹. 따끔따끔, 오싹오싹
정말 수박 덩굴밭을 맨발로 걸으면 따끔하고 오싹할까?
아이와 이야기하며 한참을 웃었다.

까마귀를 쫒아가다보니 어느새 아스팔트 길 위를 맨발로 걷고 있다.
아....아스팔트길은 어떤 느낌일까? 발바닥이 너무 뜨거울 것 같은데...
"아야, 아야, 조금만 돌이 발바닥을 쿡쿡 찔러."
조그만 돌은 발바닥을 쿡쿡 찔러 아파오고, 햇빛을 담은 아스팔트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맨발로 지나가는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까지..
생각만해도 내 발바닥이 아파온다.

발바닥을 땅바닥에 딱 붙이고 걸으면 도로의 임금님이 된 것 같아.
쩍,쩍.
소리를 내면서 걸어.
팔을 흔들면서 걸어.
팔을 크게 한들면서 성큼성큼 걸어
발바닥은 아프지만 맨발로 땅을 걷는 내 기분은 도로의 임금님처럼 뿌듯하다.
파란하늘이 나의 멋진 궁전이 되고
검정색 아스팔트는 나의 카펫이 된다.

아이와 함께 맨발로 길을 걸어본 적이 없다.
아이가 신발을 벗으면 얼굴을 구기고 엄한 목소리로 어서 빨리 신발을 신으라고 화를 냈다.
신발을 벗고 길을 걸으며 도로의 임금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선물해주지 못했다.
수박 덩굴이 되어서,
매미가 되어서,
짐승이 되어서,
작은 돌이 되어서,
물이 되어서,
나는 걸어.
맨발로 걸어.
책 속 문장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맨발로 땅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수박 덩굴이, 매미가, 작은 돌이 되는 기분을 아이와 함께 느껴보고 싶다.
아스팔트 길을 맨발로 걷는 일이 위험하다고, 이상해보인다고
내가 아이의 신발을 신겼던 어제,
아이와 함께 맨발로 땅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내일이 될 수 있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