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마을공동체 탐사기
조현 지음 / 휴(休)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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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언 오마스 족의 격언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격언은 옛날 우리 사회에서도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젖동냥'이란 말이 있다. 우리네 어른들은 먹을 것이 부족하여 아이의 젖을 먹일 수 없을 때, 동네 다른 아줌마들을 찾아 젖을 동냥했고, 측은지심으로 남의 자식에게 자신의 젖을 물려주곤 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단어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한 마을이 얼마나 끈끈히 연결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응답하라 1988'이 우리의 정서를 자극했던 건 아마도 이러한 끈끈함이었을 것이다. 덕선이가 살았던 그 골목길, 앞집, 옆집, 뒷집 할 것 없이 나누고 살았던 골목이웃들의 정 넘치는 모습은 세대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향수와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더 이상 이웃이 이웃이 아닌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TV속 이웃사촌의 모습은 로망과 그리움이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함께 사는 것이 '다르게' 사는 것이 돼 버린 현실을 꼬집듯이, 이 책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다르게' 사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직접 국내외 마을공동체를 찾아다니며 실제로 공동체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사는 사람들과 인터뷰도 하면서 지금의 세상과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 마을 중앙에 탁구대를 설치하면서 시작된 마을 공동체부터 건물 하나에 마음 맞는 몇몇 가정들이 함께 사는 공동체, 몇몇 가정이 주축이 되어 교외로 자리를 잡아 만들어진 공동체, 기존에 있던 마을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공동체적인 삶을 세워간 사람들까지. 여러 공동체를 소개하면서 공동체를 이루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준다.

또한 책 곳곳에는 핵가족화 되고 1인 가구화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한 원인과 이에 대한 대안으로서 공동체적 삶이 주는 유익들을 다룬다. 단순히 공동체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왜 이러한 공동체가 필요한지, 모두가 공동체로 살아갈 수는 없지만 핵가족화 되고 1인 가구화되는 한국의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지 우리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게 한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싱글 라이프를 지향하거나 강요하는 한국사회에서 공동체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하기에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은 불편함을 넘어 고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홀로 사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라는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답하기엔 그 속에서 느끼는 한없는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갈망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갈망하고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 함께 살아가면서 나의 장점과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도 넓어진다. 경쟁의 틀 속에 우리를 넣지 않는다면, 우린 서로를 공생하는 관계로 소중한 존재로 대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협력하고 공동체에서 자신의 재능을 나눌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 개개인은 다른 사람을 통해 한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진정 홀로 사는 것이 외롭고 괴로운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막연히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책을 통해 그러한 두려움과 걱정이 사실은 내가 경험하는 외로움과 괴로움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히려 함께 하는 것이 '다르게' 사는 것이 된 세상에서 앞집, 뒷집, 옆집 할 것 없이 서로 나누고 함께 살고픈 내면 깊숙한 갈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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