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신작이라 엄청 기대가 됐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열네 살 소녀 천지가 갑자기 자살을 한다. 언니 만지가 동생이 주위 사람에게 남긴 실타래의 편지를 보며 자살의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가면서 차츰 진실이 드러난다. 마냥 천지의 단짝으로만 생각했던 화연은 천지를 갖고 놀면서 다른 아이들의 구경거리로 만들었다. 몇 년간 계속된 화연의 거짓말에 천지는 상처를 입고 가족들은 천지의 밝음 속에 숨겨진 어둠을 몰랐다. 천지는 평소와 달리 이른 생일 선물로 비싼 최신 mp3를 사달라고 엄마를 조르고 전세값을 올려줘야 하기 때문에 바로 못사준다고 천지를 달래고 출근했던 엄마는 자살한 천지를 보고 좌절하는데.. 천지를 죽음으로 몰고간 피의자로만 생각했던 화연도 알고 보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냥 관심을 받고 싶은 평범한 여중생일 뿐이었다. 화연의 부모는 중국집을 운영하느라 바빠 딸에게 관심을 갖고 제대로 가정 교육을 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애가 삐뚫어져도 나중에 크면 나아지겠지라고만 생각하고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화연의 엄마는 뒤늦은 후회만할 뿐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듯이 천지의 일을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엔딩을 읽으면서 더 가슴 아팠다. 일상적인 안부인사로라도 한 사람이 죽고 살듯이 절벽에 선 상처입은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원하며 침묵의 외침을 지르는 이들에게 조금의 관심이 있었다면 한 생명은 쉽게 지지 않았을 것이다. 읽는 내내 가슴 한 구석이 아팠다. 무거운 주제를 완득이때처럼 재밌고 재치있는 글로 잘 표현한 작가에게 박수를~!
스물다섯 살 엠마 코리건. 스포츠 음료로 유명한 팬서사에서 마케팅 보조로 근무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승진의 기회가 찾아온다. 계약을 성사 시키면 승진할 수 있단 희망에 부풀어 스코틀랜드로 떠난 그녀는 실수로 그 기회를 날려버린다. 실의에 빠진 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탑승 전 바에서 그녀를 보고 동정하여 한 스튜어디스가 비지니스석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해줘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러나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자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옆자리 남자에게 자신의 감추고 싶은 모든 비밀을 말해버린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비행기는 무사히 도착하고 그 남자를 다신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던 엠마는 회사로 복귀한 후 팬서사의 회장은 그를 다시 만나는데.. 숨기고 싶은 비밀을 모두 아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알고 싶어하지만 하나도 아는 게 없는 한 여자의 티격 태격 사랑이야기~ 소소하지만 유쾌한 에피소드와 작가 특유의 발랄한 문체로 기분 좋아지는 로맨틱 코메디로 케이트 허드슨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2010에 개봉한단다. 항상 청바지와 스웨터를 입으며 부시시한 검은 헤어의 잭이란 남자 주인공과 매력적이고 로맨틱할 것 같은 엠마의 옛 남친 코너, 그리고 덜렁대지만 사랑스런 여자주인공 엠마.. 그들의 캐릭터를 어떤 배우가 연기했을지 궁금해진다. 책을 읽으며 매력적인 주인공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정말 재밌게 본 쇼퍼홀릭 작가의 작품이 요즘 많이 출판됐다. 이 책도 그 중 하난데 표지가 정말 맘에 들었다~^^ 쇼퍼홀릭의 두께에 비하면 좀 굵지만 어렵지 않은 로맨틱 코메디라서 금방 읽힌다. 여주인공 렉시.. 2004년 콤플렉스인 뻐드렁니를 가지고 있고 자신만 보너스를 못받아 기분이 우울했던 밤.. 택시를 잡으려다 계단에서 미끌어져 정신을 잃은 후 정신을 차렸더니 지금은 2007년, 그리고 자신은 고른 치열에 윤기나는 컬의 머리카락을 가졌으며 전에는 구경만 했을 거 같은 명품들을 소유한 부장으로 승진한 상태..그리고 멋진 백만장자 남편도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하나도 기억에 나는 게 없는데.. 이전 친구들은 자길 죽일 상사년으로 생각하고 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을 애인이라고 소개하고 회사에선 자신의 부서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는데.. 렉시는 이 모든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빅재미는 없지만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다. 이 책으로 더 소피 킨셀라의 팬이 되어 버렸다. 별 새로울 거 없는 소재로 재밌게 글을 쓰는 그녀의 글을 이제 찾아보게 될 거 같다.
표지와 광고 글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신간, 추천도서로 많이 올라와 있어 나오자 마자 정말 보고 싶었던 책. 기대가 컸을까. 전쟁, 사랑, 동서양, 배신과 생존, 역사..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모두 포함돼있다. 물론 나도 좋아하는 대서사시.. 그리고 5년간 작가가 써온 화제의 데뷔작이고 완성도와 재미가 잘 결합돼 있다길래 엄청 기대했다. 그런데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물론 엔딩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지만.. 근데 엔딩이 더 허무했다ㅠㅠ 1950년대 전쟁 전후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야기<?> 홍콩에서의 상류층들의 생활을 하던 이들에게 전쟁 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이는 남자 주인공 윌 트루스데일과 여자 주인공 트루디에게도 물론이다. 사교계를 주름 잡으며 많은 화제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하면서 살아온 혼혈 미녀 트루디에게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 영국인 트루스데일.. 그들은 급속히 연인 사이가 되나 전쟁으로 인해 둘 사이에 큰 위기가 닥쳐온다. 그리고 10년 후, 지루한 영국에서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결혼으로 홍콩에 오게된 클레어는 홍콩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중국인 대부호 첸 씨 딸의 피아노 교사로 일하게 되고 그 집 운전사로 있는 윌 트루스데일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전쟁 후유증으로 다리를 쩔뚝거리고 마르고 볼품 없어진 그에게 끌리게 되는데... 사교적이고 혼혈 미녀와 연인이던 그에게 과연 전쟁은 어떤 영향을 미쳤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냉소하게 변했을까 ? 큰 반전이나 자극적인 소재는 없다. 그리고 기대와 다른 결말로 허무하기도 하다. 그러나 두꺼운 두께의 나름 어려운 역사소설<?>이지만 의외로 쉽게 잘 읽힌다. 낯선 2차 세계 대전 전후의 홍콩을 배경으로 해서 관심이 덜 가긴 했지만 상세한 시대적 묘사와 전쟁의 비참함과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배신과 비굴함.. 그런 것들이 잘 표현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색계.. 어둡고 침울한 시대에 사랑과 배신..음모..이런 분위기가 비슷하다. 책을 다 읽으면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