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이론 우리 시대의 고전 2
테오도르 아도르노 지음, 홍승용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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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이론>>을 뒤적이다 아놀드 하우저가 아도르노를 언급한 대담이 떠올라 몇 자 옮김.


“내 기억이 맞다면 나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내려진 최초의 긍정적인 견해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주도적 인물인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등이 표명한 동의였습니다. 당시 나는 아도르노와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익히 잘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사회사>>를 저술하는 동안 그들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된 말이겠지요. 하지만 아도르노는 이미 중요한 업적을 내놓은 상태였고 나는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의 초대를 받아 프랑크푸르트의 연구소에서 강연을 했을 때 나는 크나큰 보람과 만족을 느꼈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나에게 중요한 체험이었습니다. 특히 아도르노와의 만남이 그러했지요. 그러나 이 만남을 통해 나는 해결 대신에 하나의 과제가 남겨졌다는 느낌과 동의와 반대, 모범과 경고가 뒤섞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도르노가 루카치와 만하임을 공박하며 제기한 여러 문제점은 납득이 갔으나 다른 한편으로 아도르노에 대해서도 그만큼의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그의 주장이 옳았다 해도 그에게서 루카치에 대한 일종의 질투 혹은 선망이 도사린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그는 기지가 용솟음치는 정신의 소유자였으며, 한마디 할 때마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말할 수 있고 또 말하고 싶어하는 창조적인 사상가였지요. 예컨대 악보를 읽는 것이 울려퍼지는 음률을 듣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자신은 어떠한 콘서트에도 가지 않는다고 주장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말은 너무나도 놀랍게 들렸고(바로 이 점이 그에게 중요했습니다) 순진한 청취자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지요. 그의 사후에 출판된 마지막 저서인 <<미학이론>>에서 그는 이 책을 젊은 시절부터 구상해 왔지만 완결시키지 못했노라고 쓰고 있지요. 만약 완결되었다면 이 책은 광범위하고 매우 수준높은 책이 되었을 겁니다. 이러한 류의 저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끈기와 지구력을 통해서만 쓸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강제적인 변화와 판에 박은 듯한 기교나 상투적인 표현을 나는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나는 이러한 상투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면을 오늘날의 헝가리 언어와 문학만이 지닌 특성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한 면은 독일어에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아도르노와 같은 스타일의 대가에게서도 이러한 면을 봅니다. 아도르노의 문체를 보면, 비록 그가 장인과 같은 노련함으로 언어를 다루고 있지만, 그가 독일어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과 함께 그의 표현방식에 무엇인가 이질적인 요소가 몰래 끼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요.

[...]나는 아도르노의 문체적인 면에서의 기발한 착상 그리고 그가 시인들의 언어를 다룰 때 보여주는 이를 데 없는 언어적 감수성에 대해 경탄해 마지 않습니다. 아도르노는 그 점에서 루카치보다 훨씬 더 큰 감수성을 지녔습니다. 그는 우선 형식이라는 면에서 훌륭한 시와 그렇지 않은 시를 구별짓게 하는 게 무엇인가를 루카치보다 더 잘 말할 수 있지요. 하지만 질에 대한 그의 감각은 제한되어 있지요. 이를테면 음악이나 서정시에 말입니다. 이러한 분석을 가능케하는 아도르노의 비상한 능력은, 루카치가 항상 전면에 내세우고 또 매우 성공적으로 행한 장르의 종합적인 관찰과 체계로까지는 한 번도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측량할 수 없는 루카치의 중요성은 그의 소설 및 비극이론과 이들 장르의 내용적인 가치에 관한 타당한 인식에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우리는 루카치가 형식적인 것을 단지 내용적인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는 이를테면 그러한 장르들의 ‘현대철학’을 창조해냈습니다. 루카치의 그러한 작업이 없었다면 나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의 많은 부분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많은 지점에서 아도르노에게도 이와 비슷하게 깊이 힘입고 있으며, 어느 한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질투심이란 여기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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