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몇페이지는 통채로 필사를 하고 싶을 만큼 나를 사로잡았다.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지루하고 어려워진다. 뭘 말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폐지를 압축하는 한탸의 일상은 더럽고 지루하다.독서는 한탸의 머리속을 시끄럽게 하고 또한 행복하게도 했을지는 모르지만 제3자가 보는 한탸는 지하실의 생쥐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너무 시끄러운 고독, 이걸 잠재우고 싶어서 한탸는 스스로 폐지 압축기 속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한걸까? 뭐지? 작가는 정말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최근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혼자 많이 하는 독서는 오히려 나쁠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런 걸 말하고 싶은 걸까? 참 어려운 책이다.‘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여러번 반복된 이 말이 그냥 생각날 뿐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비슷한 경험을 한 나로서는 소설이 소설같지 않고 기사같았다. 내 인생을 글로 쓰면 더 소설같을 거라는 이상한 우쭐함도 있었다. 남존여비, 여성혐오, 독박육아, 맘충논란 다 겪어봤기에 현실직시만으론 소설이 말할 수 있는 범위를 너무나 축소해서 쓴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큰 걸 기대했나보다.
김훈의 작품을 완독했다는 게 일단은 뿌듯하다.네이버어학사전을 수시로 검색하며 읽느라 더욱 오래걸렸다.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병자호란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고 결론도 알고 있었지만 희한하게 그 어려운 문장들을 자꾸만 읽게 만드는 힘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볼 계획이어서 그랬을까? 영화가 어떨지 모르지만 책에서 읽은 것들로 영화의 여백을 더욱 꽉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기도 한 건 사실이다.늘 그렇듯, 역사를 읽을 땐 ‘만약에...했더라면‘을 생각하게 된다. 다 부질없지만 말이다. 만약에 광해군이 계속 왕이었더라면, 만약에 남한산성으로 가지 않고 궁에 남아 있었더라면, 만약에 조금 일찍 출성을 했더라면, 만약에 인조가 판단력과 결단력이 더 뛰어난 왕이었다면...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부질없거니와 가늠도 잘 되지 않는 상상일 뿐이다. 처음엔 답답했고 안타깝고 화도 났지만 또한 그 속에서 이해도 되었다. ‘가마에서 흔들리며 칸은 이 무력하고 고집 세며 수줍고 꽉막힌 나라의 아둔함을 깊이 근심하였다.‘책을 읽으면서 내 심정이 딱 칸의 심정이었다.인조의 태도가 제일 답답했지만 정묘호란의 수치를 겪은 인조였기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말하여지지 않는 것에 비하면 말하여지는 것은 얼마나 작은가. 나에게는 늘, 쓸 수 있는 것보다 쓸 수 없는 것 들이 더 많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못다한 말에서 김훈이 말했 듯, 나도 말하여지지 않는 것과 쓰여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며 읽었던 것 같다.청이 타오르는 불꽃이었다면 인조와 조선은 녹을 수밖에 없는 촛농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음껏 비난을 퍼부울 수 있는 인물은 없지 않을까?마지막 장이 가까울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또 한편으로는 역사는 힘의 원리로 쓰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상은 힘보다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지금 2017년은 과연 힘을 이길 무언가가 지배하고 있는 걸까?아니면 역시나 힘이 우세할건가? 그 힘은 지금 누구에게 있는걸까? 북핵문제는 어떻게 흘러갈까? 그리고 나는 관조할 수 밖에 없는 일개 백성일 뿐이다.
모호하게 느껴지던 라틴어에 대해 알게 되어서 좋았다.라틴어의 기원이 생각보다 넓고 깊어서 신기하고 놀라웠다.라틴어를 아는 것은 단지 하나의 언어를 알게 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역사, 종교, 문화, 인생을 알아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한자나 한글도 따지고 보면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세상을 배운다는 것과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한동일 교수님의 따뜻한 시선과 생각들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책이다.
10년전 책인데...10년이 지난 지금,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사실 높지가 않다.가까운 미래에는 사회적 기업이 주류가 되는 사회가 되어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