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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평점 :
저자는 마지막에 직접 밝혔듯이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간직하고 길러나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착한‘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사람이 많아져야 할텐데 라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라는 직감과 동시에 든다. 나부터도 그렇다. 아름다운 사회를 바라지만 실천하는 일은 거의 없다. ‘공동체‘라는 단어 자체에서도 이질감을 느낀다. 혼자 있는 게 좋고 가까운 관계 속에서도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나만 생각하기도 바쁜데 공동체를 위한 일이 무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냥 사회가 알아서 좀 바뀌었으면 하는 소극적인 바람이 더 클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알고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모르는 게 많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난한 게 그들 탓이라 생각했고, 동성애가 나같은 이성애자와 다를 것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도 생각해보지 못했었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의 파업과 자살을 유별나다고 생각하며 지나쳤었었다. 무지에 의한 오해를 줄일 수 있는 노력을 앞으로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몰랐던 것들은 책에서 많이 배웠다. 아프리카의 가난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동성애의 역사는 <호모데우스>와 <라틴어수업>에서 배웠다. 독서를 꾸준히 하는 게 그 노력의 방편이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회문제가 20여가지 되는 것 같다. 책을 통해 모르던 걸 알게 되서 깨닫는 것도 있었지만 솔직히 이 많은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기엔 생각만으로도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너무 복잡해져간다. 발전한 만큼의 사회문제와 그걸 해결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 아무것도 없던 원시시대로 돌아가면 발생하지도 않을 일들이다. 원시시대엔 그 시대만의 문제가 또 있을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발전할 수는 없을까? 로세토 마을처럼 살 수는 없는 걸까? 로세토도 현재는 붕괴되었으니 너무 큰 바람이겠지?
저자는 사회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잃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그런 사회문제가 생기지도 않는 사회가 되어 더 아름답고 행복한 일에 감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를, 너무 이상적인 바람을 잠깐이나마 가져보았다.
그리고 저자는 늘 사회취약계층이나 소수의 입장에 서 있다. 그게 딱히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의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반대편의 입장을 생각해 볼 여력이 없다. 모든 것엔 상반된 입장이 있는데 반대쪽의 사정도 생각해 볼 여지도 남겨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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