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 철학과 과학을 넘나드는 사고력 강의
김재인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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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호모데우스>의 내용이 떠올랐다. 이 책이 철학적 관점에서 본 인공지능이라면, 호모데우스는 역사적 관점으로 본 인공지능이다.
호모데우스는 읽고 나서 불안하고 우울했는데 이 책은 나를 좀 더 안심시켜준다. 좀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 얘기랄까?!
결론은 인간이 더 잘 할 수 있고, 앞으로 해야할 일은 창의성을 키우는 것과 예술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다 예술가가 되라는 얘기는 아니라고 하는데 나는 오리지널 예술이란 걸 더욱 더 해보고 싶어졌다. 예술이라고 하면 나는 미술이 가장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한다면 다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렴적 사고방식이 아닌 발산적 사고가 그 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지금 당장 뭘 어떻게 바꾸고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겠지만 이 책이 준 교훈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겠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인 ‘우주 역사에 자유 의지는 없다‘에 대한 것이다. 호모데우스에도 나온 이야기인데 그때 이미 충격을 받았는데 조금 더 인간적인 이 책에서도 똑같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로 있게 된 이유는 나의 ‘자유 의지‘라고 생각해왔는데 그게 다 무너져버렸다. 사실 충격은 받았지만 바뀐 건 없다. 나는 여전히 내 자유의지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행동한다고 느끼고 있다. 근데 그게 아니라니 믿기지가 않을 뿐이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예술을 할 수 있을까? 과연 그게 예술이 맞는 걸까? 모르겠다. 그 부분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중요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 마음이 어떻게 생기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저자도 그걸 모르기 때문에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나타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게 맞다면.

쉽게 설명해주는 데도 이해안되는 문장이 여럿 있었다. 특히 몇 번을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원문들은 저자가 다시 설명해줘서야 알 듯 말듯했다. 그걸 읽고 해석을 하고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밑줄 그은 것 중에 성격이 다른 여러 문장들이 많았지만 그 중 하나만 다시 첨부해보고 싶다.

실패란 처음에 의도한 목표와 내가 노력해 생겨난 결과가 어긋날 때, 목표에 이르지 못했을 때를 가리킵니다. 그 어긋남 때문에 사람들은 좌절하고 후회합니다. 후회는 결과에 비추어서 노력을 평가하려 할 때 생깁니다. 그때 그랬더라면,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거지요. 하지만 결과란 나의 노력과 우주의 조건이 어우러져서 생겨나는 법입니다. 내 노력이 바라던 결과를 낳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목표를 향한 노력이 원하는 결과를 낳지 않는 것이 세상에선 오히려 정상입니다. 차라리 실패가 정상 상태라고 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노력하는 순간에 집중해야 합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때, 그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후회란 노력에 대한 후회인데 노력의 순간에 더 할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물론 노력과 결과를 분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야 합니다.
노력은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무조건 수용하기, 그러고 나서 최선을 다한 또 다른 실험을 진행하기, 이런 것의 연속이어야 하고 이것이 삶이어야 한다는 게 니체가 명명한 운명애amor fati의 진짜 의미입니다. 삶의 경로와 결과가 모두 미리 정해져 있음을 받아들이는 숙명론‘과는 정반대입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할 바를 다하되 그 결과를 겸허하게 긍정하라 그렇게 살아갈 때만이, 그 삶의 끝에서 "나는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했노라" 하고 말을 맺으면서, "이것이 내 운명이고, 나는 내 운명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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