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마지막 에필로그의 이 글귀가 멋있다.잊혀진다는 게 죽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일지도 모르겠다.누군가의 기억속에 머물고 싶은 것, 그것이 인생의 의미 중 하나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수많은 찬사의 추천사를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기에 기대를 많이 했다.추천사를 미루어 봤을 때 이런 내용일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다.옛날옛적에...하면서 시작하는 전래동화를 듣는 기분이었다. 성인버전 전래동화. 천명관은 정말 이야기꾼이다.이 이야기가 실제로 있는 일을 픽션으로 재구성한건지 아니면 완전한 픽션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재밌게 이야기를 이끌고 간다.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장난, 반복되는 수많은 ...법칙들,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천명관 특유의 문장들이 신선하다. 문학작품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 사석에서 얘기하듯이 들려주는 문장들을 읽으며 이렇게도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가가 아주 친근하게 다가왔다. 틀에 얽매이지 않아서 순간 순간 놀라기도 하면서 그게 점점 더 편하게 느껴졌다.고래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게 뭘까?광범위한 시간속에 또한 아주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그 중에서 가장 주인공은 금복과 춘희다.둘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엄마와 딸이지만 참 다르다.금복은 세상에 완전히 파묻혀서 그 속에서 전쟁같은 삶을 살았다면 춘희는 세상밖에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삶을 살았다. 둘의 삶의 중간이 있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나만의 세계를 가지고도 세상사에 흔들리지도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다면... 왠지 현명한 삶을 살게 될 것 같다.삶이 꼭 현명해야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는거니까...이 책이 내게 주는 의미는 시간이 한참 지난뒤에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