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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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물 버튼, 밝은 밤.
최은영 작가는 알지 못하는 나라는 사람의 마음 속을 다녀간 사람같다.

삼천과 새비, 영옥과 희자, 새비아저씨, 명숙 할머니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계속 듣고 싶어진다.

할머니는 할머니 집에서는 결코, 어떤 경우에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법이라고 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잘못이라고 했다. - P50

세상 어느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잔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용인하는 일이. - P86

우리 대견한 영옥이. 아가 아처럼 울지도 않구, 마음 다 감추고 사느라 얼마나 서럽구 외로웠어. 아즈마이가 다 안다. 아즈마이한테는 영옥이가 딸이나 진배없다이. 오늘은 마음껏 울고 훌훌 털어버리라우. - P115

명숙 할머니의 편지를 읽다보면 결국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 그것도 아주 간절하고 절실하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됐으니까. 남선의 모진 말들은 얼마든지 견딜 수가 있었다. 하지만 명숙 할머니의 편지를 읽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 사랑은 할머니를 울게 했다. 모욕이나 상처조차 건드리지 못한 마음을 건드렸다. - P220

‘더는 이렇게 못 살겠어서......‘ 그렇게 말하는 엄마의 표정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했다.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어느 정도는 마음을 정리하고서 말하는 것 같았다. 어떤 문제든 체념하고 어떻게든 적응하려 하는 딸이 이렇게 못 살겠다는 말을 하기까지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 P319

...... 비가시권의 우주가 얼마나 큰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사람의 삶 안에도 측량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할 테니까. 나는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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