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같은 이야기다. 이도우 작가님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외국버전이랄까? 좀 더 극적인 부분이 많은. 에이제이가 에밀리에게 청혼할 때 했던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로맨틱하지만 조금 현실감각이 떨어진달까? 그 부분에서 이 책이 동화같다는 느낌이 확 들었었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생을 같이 하겠다는 게 어쩌면 당연하고 그게 배우자 선택의 필수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설령 그런 사람과 살다가도 살다보면 대화가 통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닥쳐오는가? 그런 고난 속에서도 대화가 통한다는 게 시련을 헤쳐나가는 데 실제로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까? 아님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까?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났을 때만 보더라도 둘은 분명 대화가 통하지 않는 편에 훨씬 가까웠다. 이 나이쯤 되어 살면서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아니 어떠한 관계든 서로 맞춰가는 거라는 교훈을 많이 받았고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예 될 성 부른 관계는 떡잎부터 다를 수도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관계에서 대화가 통하고 공통의 관심사가 있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과연 얼마만큼 중요할까? 분명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훨씬 낫겠지? 살다보면 내 선택과 의지와 달리 어쩔 수 없는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혈연관계와 친척들, 직장은 내가 선택하지만 그에 속해있는 동료들은 내 의지로는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관계들이다. 그런데 그런 어쩔 수 없는 관계들이 내 삶의 많은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맞춰가야 하는 게 어쩌면 현명한 대처법이 맞지 않을까? 모르겠다. 대화가 통하는 소울메이트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같고, 소울메이트가 어떤 상황에서든 늘 그럴 수 있기엔 인생의 난관이 너무 많은 것 같고, 또 한편으론 전혀 다른 사람과도 세월을 함께 보내다보면 소울메이트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어찌됐든 아일랜드 서점같은 공간이 현실에서도 많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연결고리같은 공간.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공간이 하나쯤 있으면 더욱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나에게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