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나의 인생 - 김원일 산문집
김원일 지음 / 열림원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또 한번의 즐거움이었다. 얼마전 한젬마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를 읽고 미술과 문학에 일견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 신선한 기쁨을 맛보았고 조금 욕심을 내어 이와 유사한 책들이 많이 있었으면 하고 기다린 터였다. 게다가 김원일선생은 한국 소설계의 중견작가로 대중적인 분이시고 나 역시 그분의 소설을 여러권 읽은 기억이 있다.

약간 들뜬 마음으로 우선 나는 책 목차와 그림들부터 훑어보았다. 그중에 내가 아는 작품이 있었으면,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졌다. 반갑게도 내게 낯설지 않은 작품들이 꽤 소개되어 있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독자들에게 아주 생소하지 않게끔, 그렇지만 신선한 감동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적절히 골라 소개한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아닐까싶다.

사람의 일생이라는게 크게 보면 별반 다를게 없을지도 모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개개인의 일생을 보면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서로 다른 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인생도 내 입장에서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게도 어떤때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게도 되는 상대적인 관점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질문을 하는데 있어서 언제나 어떤 하나만을 대답듣기 원한다. 무엇을 제일 좋아하느냐, 이거냐 저거냐등등의 질문이 정말 많다. 일등지상주의와 흑백논리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가 다양성과 개성, 그리고 종합성을 존중하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의 인생이든지 희노애락이라는 절대적인 진리가 없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아주 다양한 그림들이 우리의 인생을 꽉 채우고 있다.

문학과 그림을 접목시켜서 한 사람의 인생을 소개한 책은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물론 아주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책은 그림을 통해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고 또한 그림을 그린 화가에 대한 소개를 통해 그 그림 자체에 대한 이해도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저자 한 사람만의 인생이야기가 아니고 화가들의 인생 이야기도 함께 들려줌으로써 그림과 인생이라는 주제를 더욱 친밀하게 해주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그림들 가운데 표지로 선택된 고갱의 흰말에 담겨진 의미는 아마도 고갱이라는 화가가 살았던 인생을 일면 부러워하는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살 수 있는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그렇지만 현실을 벗어나서 꿈의 세계로 과감히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용기를 가졌던 고갱을 저자도 나도, 그리고 틀림없이 모든 독자들이 동경하고 있을 것이다. 내 곁에 가까이 두고 조금씩 보고 또 보고 싶은 소중한 책이다.

내 인생을 그림으로 소개한다면 어떨까? 밝고 상쾌한 그리고 행복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아주 많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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