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그림이다 - 화가가 있는 도시
박인식 지음 / 문예마당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움은 그림이다>는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서양화가 45인의 그림과 인생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이름만 들어도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 법한 저명한 천재 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 책의 저자는 화가로서의 소질을 타고났지만 정작 직업적인 화가가 되지는 못하고, 화가에의 열정을 한평생 품고 살고 있다고 한다. 이루지 못한 화가에의 보상심리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하는 저자는 유럽 전체를 무대로 화가들이 살았던 곳과 작품이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다니면서 받은 많은 감동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 기행문 형식을 가미하여 우리에게 재미있는 말솜씨로 전해준다.

저자는 이 책에 실린 45명의 천재화가들이 자신들을 솔직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역사에 남는 걸작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는 위대한 남자가 아니라 동성애적 사랑을 느낀 어느 소년에, 남성인 보티첼리는 자신 속에 내재된 여성성에, 피카소는 자신의 천재성에, 마티스는 빛에, 세잔은 생 빅토와르라는 산의 구현에, 앙리 루소는 소나기에, 마그리트는 말과 사물의 부적절한 관계에, 클림트는 밤의 관능에, 뭉크는 절망과 절규에, 루벤스는 욕망에, 다비드는 영웅에, 칸딘스키는 예술의 정신적인 것에, 그리고 고야는 구원 따위는 오지 않는 조국 스페인과 자신을 에워싼 역사적 운명에 솔직했기 때문에 천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는 화가들의 독특했던 그들의 인생 이야기와 작품 설명이 저자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녹아들어가 있다. 새롭게 알게된 일견 놀랍고도 흥미있는 숨은 이야기들 덕분에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것 같다. 책에 있는 화가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저자가 직접 기행한 곳의 사진들까지 풍부하게 겻들여 있어 이해가 수월했다.

45명이나 되는 많은 천재화가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기에는 저자의 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저자는 나름대로 특징적인 부분만을 끌어내어 소개했다. 또한 객관적인 설명과 함께한 주관적인 저자의 느낌과 생각을 보여준 것이 읽는 가이드 역할도 하지만 한편으로 읽는 사람의 감동을 제한 할 수도 있는 맹점이 있기는 하다.

감사하게도 나는 지금까지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 몇 곳을 다녀볼 기회가 있었다. 덕분에 그곳에서 보았던 귀중한 작품들중 일부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왔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직접 보긴 했어도 화가나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했던 탓에 많은 걸작들을 그냥 지나쳐버렸을 것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리움은 그림이고 그림은 솔직함이라고 표현했던 저자의 말처럼, 솔직한 천재 화가들의 그림 속에서 나는 내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그리움을 하나씩 발견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그리움은 아쉬움으로 간직해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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