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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죽음 1
진중권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 피하고 싶은 운명이다. 죽음은 우리에게 이렇게 확실한 현실임에도 우리는 죽음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죽음은 묵시적인 금기사항이 되어가고 있다. 누군가와 진지하게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때로 주변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나의 죽음을 생각해본다. 아직 젊다는 오만인지 죽음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저멀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죽음하면 먼저 고통, 슬픔, 공포등의 부정적인 단어들이 연상된다. 그런데 춤추는 죽음이라니. 언젠가 TV 다큐멘타리에서 보았던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장례식 장면이 떠오른다. 그곳 사람들에게 죽음은 온 마을의 축제와 같은 즐거운 행사로 받아들여진다고 했던가. 우리와는 정말 다른 모습이다. 죽음이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시각이 시대와 역사를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1권에서는 유럽의 중세시대에서 바로크시대에 나타난 죽음을 미술작품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의 역사학자 아리에스의 죽음에 대한 개념분류를 바탕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1부 우리의 죽음은 중세초기에서 중세전성기까지의 죽음에 대한 시각을 소개한다. 절대적인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던 그당시 사람들은 공동체의식이 강했기 때문에 죽음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천국으로 가는 길로 생각했다. 따라서 죽음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고 결코 공포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지금의 우리와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2부는 나의 죽음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되는 중세전성기에서 르네상스시대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사람들 사이에 공동체의식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고, 따라서 죽음은 우리의 죽음이 아니라 나의 죽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때부터 죽음에 대한 순응적인 태도가 조금씩 불안감과 반항으로 바뀌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3부는 르네상스에서 바로크시대를 거치면서 죽음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천국이라는 집단적 환상을 잃어버리고 삶이 무상함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죽음도 피하고 싶은 공포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가 그당시 사람들이 남긴 미술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이 유럽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시기적으로 중세초기에서 바로크시대까지를 다루었다는 점, 그리고 그림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시각을 분석했다는 몇가지 제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저자의 탁월하고 매력적인 글솜씨와 그림에 대한 쉽고 상세한 설명 덕분에 무거운 주제임이에도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깊게 알고 싶지 않았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춤추는 죽음 2권에는 낭만주의시대에서 근대, 현대까지의 죽음에 대한 시각변화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을 것 같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