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누구인가
김진애 지음 / 한길사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집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나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집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집에 대해서도 흥미가 많다. 이 집은 누구인가라는 조금 독특해보이는 이 책은 저명한 건축가로 우리에게 이미 메스컴을 통해서 잘 알려진 김진애씨의 집에 대한 글모음이다. 그러나 이 책은 건축공학이나 디자인공학등의 어려운 학문적 바탕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에는 여러가지 그림과 사진들, 그리고 에피소드 글이 중간 중간 마련되어 있고, 집에 대한 저자의 많은 생각들이 12가지의 소주제로 나누어서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책 제목에서 언뜻 짐작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저자는 집을 사람에 비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 집이지만 집 또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태어나고 살고 죽는 일생을 겪으며 많은 경험을 함께 한다. 집이 단지 외형적인 모습의 house만이 아니라 감성을 가진 home의 개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50년대에 태어나 성장기에 살았던 60,70년대의 집에 대한 좋은 추억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옛 향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전통집에 대한 여러가지 장점을 들어 예찬하는 저자의 집착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대단위 공동체로 80년대 이후 급속히 각광을 받고 있는 새로운 주거형태인 아파트에 대해서 저자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파트가 집 주인의 개성을 충분이 살릴 수 없다는 가장 큰 단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중 아파트비중이 올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해 볼 때 현재, 그리고 미래의 우리들의 집에 대해 다소 우울한 생각이 든다.

대가족이 모여서 마당을 중심으로 흙냄새를 맡으며 정겹게 사는 집이 물론 좋다. 그러나 지금은 사라져가는 아쉬운 옛 추억으로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족의 형태도 많이 바뀌었고 신기술의 발달로 생활환경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발맞추어 주거문화도 아파트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데 저자는 옛모습에 너무 뒤돌아보고 있는 것 같다. 현실성 있는 미래의 집에 대한 저자의 제안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러나, 집에도 여성 남성의 모습이 있다는 신선한 발상, 미래의 집의 중심 역할은 부엌이 해야 하며 따라서 부엌이 옛 마당 처럼 집의 중심에 있어서 가족간의 친밀함을 다져주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집도 시간이 오래될 수록 아름답다는 말외에도 이 책에는 공감할 부분이 아주 많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지금의 내 모습이고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나의 집은 바로 나의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집, 그리고 내 모습을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된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