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단편소설 - 문학 시간에 읽고 싶은
프랑수아 코페 외 지음, 지정숙 옮김, 파인애플 / 혜문서관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청소년의 즐거운 책 읽기!" 라는 오렌지색 원 안의 문구를 미처 못 보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 집어든 책.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18, 19세기 프랑스 작가들의 숨은 보석 같은 작품들!' 이라는 문구도 미처 못 봤었고 집에 와서야 봤는데.. (도서관 폐관시간 2분전에 그냥 손에 잡히는 녀석이었다) 볼테르, 알퐁스 도데, 모파상, 프랑시스 잠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 하긴 좀.. 무안하다. 아니 좀 죄송하다 (?). 특히 '별' 같은 작품은 교과서에도 실렸던 적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뭐 대체로 이 단편집에 있는 단편들은 비교적 흔하지 않은 모음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모파상 작품은 대개 '목걸이'나 '여인의 일생' 같은 것이 주로 실리는 편이니까 말이다.

 

  청소년용으로 나오다보니, 특별히 난해한 작품은 없어 마음 편히 읽었다.

 

개 인적으로는 '비르지니와 폴' 아를의 여인' 과 '동물들의 천국' '버려진 아이들' '해후' 가 마음에 들었는데, 거론하지 않은 나머지 작품들도 전부 좋은 작품들이다. 작품선정은 마음에 들었다. 청소년이 읽기에도 좋게 대체로 너무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대목도 없었으며, 교훈적인 작품들도 섞여 있다. 또한 번역도 괜찮았다.

 

' 비르지니와 폴' 은 매우 현실적이라서 좋았다. 결혼준비 관련 고민 상당수가 예단과 혼수, 집 마련인 걸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고민글' (굳이 따지면 그런 글들은 편지 혹은 수필이다) 들을 생각해 보면 이런 작품은 매우 솔직하여 매력이 넘쳤다. 화자에는 동의할 수 없었지만...

비제의 오페라로 유명한 '아를의 여인' 은 단편으론 처음 읽어보았는데, 잡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아들과 어머니라는 두 인물로 잘 그려지고 있었다. 마치.. 바흐의 푸가 같았다. 나이가 어렸을 적 이 작품을 읽었다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과 같이, 아들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하나만 보였을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오히려 그 아들의 사랑과 아픔보다는 어머니의 사랑과 아픔이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여기 실린 알퐁스 도데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잠의 '동물들의 천국' '버려진 아이들' 은 프랑시스 잠 특유의 감성이 넘치는..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라 좋았다. 들판에서 같이 뛰놀던 어미 말.. 얼마나 포근한 이미지인가.

 그리고 '해후' 는 그냥 단순한 매력이 있는 작품인데 반전이라든가, 특별히 예쁘거나 포근하거나 뭐 그런 것 없이 어딘가 아쉽고 쓸쓸하기도 하고, 그래도 또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기도 하는 좋은 작품이었다. 이혼하고 8년 후의 부부의 해후라면.. 지나치게 큰 과실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이러지 않을까, 싶은 그런 느낌.

 

 그래서 대체적으로 좋았는데 사실 청소년을 타깃으로 하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책속에서'에 나오는 원문 페이지에 보면 나오지만..

 

"읽기 전에" 에서 적당히 내용공개가 들어가고

 읽고 나서 "생각해보기" 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라는 매우 친절한 독후감 가이드 같은 것이 있었다.

 아.....................................

 뭐랄까 김이 샌달까... 그랬다. 공감을 다 할 수도 없었고. 특히 공감 못하겠었던 '생각해보기' 가 있었는데 (해후였다) 뭔가 작품을 읽고 나서 혼자 마음에 남는 여운을 즐길 새가 없이 바로 문제와 글 쓸 부분이 있어 정말 당황했다. 청소년용은 이런 게 있는게 나은가, 아닌가 좀 생각해 봤는데, 독서교육을 해야하는 청소년을 지도하는 입장이라면 뭐 도움이 될수도 있겠지 싶긴 싶었다.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는 초등학생 쯤이라면 저 질문지를 토대로 글을 쓰는 훈련을 시킬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결국 이 페이지들은 그냥 무시하고 바로바로 넘겨 버렸다. 음. 그래도 저기서 던지는 질문 가지고 누군가하고 토론은 해볼 법 하긴 하다. 예를들자면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에서 어느 가게를 이용하겠는가 뭐 이런 질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두 주막집이었나..) 나라면 그래도 새 방앗간에 가겠다.. 라는 이런 대답을 하고 싶다. 그리고 '비르지니와 폴' 은 화자는 슬프게 생각한 현실이라곤 하지만 아니 이건 분명 생각해봐야 될 매우 현실적인 부분이며 슬픈 현실인 것은 계산적인 인간이 아니고 사람을 계산적으로 만드는 사회구조가 아닌가.... 아니 어쨌든 뭐 그건 내가 청소년용을 잘못 집어든 탓이라 생각하자.

 대신 청소년용이다 보니 이런 친절한 역주 혹은 편집자주도 있다.


-프랑스 화폐 단위 '수' 는 얼마일까요? 사실 나도 몰랐다. 옛날 '꼬마 니콜라' 읽을 적에 '상팀' (영어의 센트. 그나마도 이게 센트가 상팀이란 걸 알게 된 것은 꽤 나이들어서였다) 과 프랑이 과연 얼마쯤일지 알 수가 없어서 짐작만 했던 대목도 있었던 걸 생각하면 분명 이건 아주 친절한 주석이다.

 

 애초 기획대로 청소년용으로 좋고, 성인이 읽기에도 좋은 유명작가들의 세련된 단편 모음집. 물론 18,19세기 작가들이다 보니 좀 오래된 느낌의 작품도 있지만 그만큼 단순하고 순수하기도 하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은 늘 변함없는 부분이 있다보니, 세월의 무게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작품도 있었다. 


 마음에 남는 대목이나 작품이 여러 개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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