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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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낭만, 영국은 신사, 체코는 야경, 스위스는 자연. 이처럼 특정 국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키워드나 분위기가 있다. 일본이라 하면 고요와 일본 가정식이나 애니메이션처럼 특유의 소소한 분위기가 생각난다. 이건 아마 매체가 보여주는 한정된 장면만으로 느낀 일본이라는 세상이다. 아주 짧게 몇 시간의 영화로 본 일본, 일본으로 자주 여행을 간 지인들의 이야기로 들은 일본, 역사가 말해준 일본처럼. 몇몇 타인이 눈으로 본 일본은 전달 받으며 내가 구축한 일본이라는 세상에 도널드 리치가 본 일본도 더했다.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작가 ‘도널드 리치’가 일본에 살면서 느낀 내용을 적은 일본에 대한 개인적인 ‘보고’다.총 20개의 소주제로 구성돼있다. 작가는 자주 서양과 동양의 차이, 그 중에서 특히 일본의 차이를 설명하며 글을 진행해 나간다.

서양과 동양이라 할 때, 잘 알고 있는 주제에서는 이미 아는 차이가 보이기도 했으나<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은 여러 주제로 나눠 있어 처음 느껴보는 차이도 보였다. 작가는 일반화 해서 차이를 말한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다. 일반화한다는 느낌은 차이를 설명할 때는 당연히 존재한다. 당연히 세세하게 보아서 같은 것은 있을 수 없고 차이는 결국 크게 보이는 것들로 분류한 묶음 아닐까. 물론 그 느낌이 거북할 때가 있지만, 본 책은 아니었다.

차이가 맞다고 강력하게 어필하는 거라면 읽는 과정에서 반감이 들 수 있었다.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이듯 작가의 글에 모두 공감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고집센 주장가가 아니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방인이었음에도, 심지어 그 당시시기를 고려해보면 우월의식이 더 강할 수 있었음에도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인다. 차이를 주장하고 비판하는 게 아니라 차이를 드러내고 일본이 다른 이유를 자신의 경험내에서 들여준다.

P. 9) 다른 존재의 양식에 열린 마음을 가진 낭만주의자에게 일본은 놀라움으로 가득한 곳이야.

<일본의 리듬>에서는 다음처럼 말한다.

P. 112) 모든 문화는 자신만의 리듬을 갖는다. 낮과 밤을 나누는 방법이라든지, 언제 속도를 내야 하고 언제 늦춰야 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이것이다. 타문화를 받아들이는 자세. 글 곳곳에서 위에 인용한 두 문장처럼 작가의 열린 자세와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자주 보인다. 왜일까 하는 물음으로 일본을 말한다. 익히 아는 서양과 동양, 서양과 일본의 차이를 더 파고 들어가 이유를 알아내고 설명해준다. 20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어 한 주제에서 깊이 들어갈 수 없지만, 그 전달이 명료하게 온다.

책을 덮고 맴도는 생각은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패턴’이라는 단어를 느끼러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것. 규치적인 패턴, 무늬의 패턴이 아니라 그 너머의 의미가 분명 있다. 도널드 리치가 느낀 일본의 패턴은 과연 무엇일까. 글로는 읽었지만 그 느낌을 글이 아닌 공기와 함께 온 감각을 동원해 만나고 싶어졌다.

P. 8) 모든 것이 미국과는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일본에서 그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요.

서문의 이 말이 궁금하다면, 일본이라는 세상을 더욱 넓히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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