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읽은 책

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치않은 한국 sf소설이라는 책 표지가 읽고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책에는 거의 익명에 가까운 주인공이 나온다. 그녀라 불리우는 그녀는 뱀을 사육하는 허물을 덮어 쓴 인간이다.
이 책은 시작부터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허물이 자라는 인간이라니..

이 도시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는 허물이 덮인다. 그리고 그런 허물을 방지하기 위해 프로틴이라는 제품을 섭취해야 한다.
그들이 사는 지역은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되고, 방역센터라는 곳이 생기며 그 곳에서 주기적으로 일정 선발 인원만 허물을 제거해 주는 일을 한다.
그런데 그렇게 허물을 제거해도 자꾸 자라나는 것이다. 허물이 자라나니 자꾸 구석으로 피하게 되고 그런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 바로 D구역이 되었다.
이 D구역은 허물덮인 이들이라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내며 생활하는 구역이며, 허물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들 사이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롱롱이라는 뱀에 대한 전설이다.
어쩌면 허물과 파충류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같다. 그리고 허물을 가진 인간과도 연결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뱀과 허물을 가진 인간, 그리고 그 허물에 엮인 인간의 욕망과 소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과, 우리 사회의 각종 부조리한 모습들이 겹치는건 같은 한국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인가..

사회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익숙하게 들어본 시위대와 방역대의 대치, 그들의 행위에 대해 읽어본다면 우리 사회와 얼마나 소름끼칠만큼 일치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딸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면 좋겠냐고 묻는 딸에게
한창욱 지음 / 다연 / 2019년 10월

예쁜 연보랏빛 표지로 구성된 이 책은 아빠인 저자가 그동안 딸에게 쓴 일기를 책으로 엮은 글이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룬 책은 많았으나 아빠와 딸과의 관계, 그 중에서도 일방적으로 아빠가 딸에게 보내는 마음에 대한 책은 처음이었기에 생소하고 궁금했다.

저자는 딸을 키우며 딸에게 그때 그때 해주고 싶은 말 중 미처 직접 하지 못한 말들을 글로 적어두었는데 이를 현 시점에서 약간의 편집을 거쳐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실제로 한 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마음이 담긴 글 인 것이다.
또한 보편적으로 보면 아버지가 딸에게 주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딸이라면, 자기 아버지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이라 상상하며 읽으면 더욱 마음 깊이 와닿는 글들이 많다.

실제로 이 책은 그냥 문학작품보다 훨씬 현실감이 있으며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 저자가 강조하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라.
둘째, 사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인생의 즐거움을 느껴라.
셋째, 작은 습관이 모여 인생의 큰 줄기를 만든다.
넷째, 시간을 아껴라.
다섯째, 너만의 인생을 살아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과 이별하고 자연속에서 쉴 것을 강조한 것과 사소한 것들에서 즐거움을 얻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인생을 살고 삶의 기쁨을 누리라는 것이 아버지가 딸에게 주는 따뜻한 말 같아 보기 좋았다. 또한 말 그대로 인생의 진리이기에 아버지가 딸에게 할 수 있는 보편적이지만 마음이 담긴 말 같았다.

간접적으로나마 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마음을 읽어주는 책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0월

예쁘고 윤기나는 연보랏빛 표지에 정갈하게 제목이 쓰여있는 책
뭔가 애정이 생기고 관심이 간다
라디오 작가를 한 저자의 가을 에세이
감정이 짜지 않아도 젖은 수건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 만큼 묻어난다

이 책의 제목처럼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이라는
제목의 글..
항상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오롯이 혼자 견뎌낼 수 있다고,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모든건 거의 깨진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인해.
작가는 그 부분에서 기대가 없으면 혼자의 삶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이렇게 글로 풀어낸다는게 참 대단하다.

살아가면서 느껴지는 소소한 감정들까지 작가는 글에 담는 재주가 있다. 한번씩 왜 이러는 감정이 들까 하고 넘어가는 일들을 너무나 생생하게 글로 적어두어 우리가 다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느껴봤을 이 감정
인연의 방향이 바뀌어가는 그 순간의 감정
더는 이 사람과 나는 아니구나, 우리는 이제 끝이구나를 느끼는 순간
나이를 들어가면서 더욱 자주 느끼게 되는 감정이다
씁쓸하기도 하고 외로워지기도 하는 그 감정의 상태

그리고 요즘 제일 말하고 싶은 것
누군가의 힘듦에 대해 다 안다고, 나는 더 하다고 이야기하지 말라는 것
사람은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무게가 다 다르다. 그런데 나는 이만큼 겪었어도 괜찮으니 너도 괜찮을거야,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는 위로를 가장한 자기위안이 상대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가을에 읽기 좋은 에세이다. 내 상황과 감정을 하나씩 곱씹어보며 책 속으로 빠져들기 좋은 책이다

에코페미니스트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 단순하게 잘 사는 법, 에코페미니즘
여성환경연대 지음 / 프로젝트P / 2019년 9월

표지부터 컬러풀한 책이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매우 익숙한데 에코페미니즘이라는 말은 생소했다. 그래서 알고 싶었다. 에코페미니즘이 과연 무엇일까?

에코페미니즘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며 인간과 인간이 서로 경쟁과 탐욕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사회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평등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출현한 탈근대적이며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이다.
책에서는 에코페미니즘의 신념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이 책은 최근 이슈가 되고있는 플라스틱부터 시작한다. 카페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사용이 금지되었고, 빨대도 종이빨대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점차 텀블러의 사용도 늘어가고 있지만 그 외 부분에서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플라스틱이 어떻게 생성되어 폐기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무척이나 부족한 것 같다. 분리수거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실제 재활용되는 것은 5%에 불과하다니.. 그리고 나머지 플라스틱은 아주 잘게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결국 내 몸에 다시 들어온다는 것.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고도 플라스틱을 끊임없이 사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장 끔찍했던 것은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아직도 썩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슈는 몸이다. 여성의 몸. 터부시되는 월경에 대한 이야기와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원인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와 여성 청결제가 오히려 여성을 더 아프게 만들고 있다는 글은 조금 무서웠다. 간편하다는 이유로 내 몸을 더욱 아프게 만드는 오류를 많은 여성들이 범하고 있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제일 중요한 것은 관심과 앎이다. 내 몸에 대한 영향력을 알아야 이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세번째 이슈는 삶이다. 에코페미니스트로서의 삶에 대해 실제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는데 그들의 인간적인 부분이 드러나 읽는 내내 공감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정리하는 에코페미니즘
남성을 끌어내려 여성과 동일시 하자는 것도 아닌 생태를 가장 우선적으로 하는 에코페미니즘.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록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 같다. 내일부터는 꼭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겠다.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생각이 바뀌는 순간 - 긍정을 이끌어내는 스위치
캐서린 A. 샌더슨 지음, 최은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0월

책의 제목과 표지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긍정의 삶을 바꾸는 모호한 방법을 제시하는 대신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긍정적인 사고가 우리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며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발달한다. 누군가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면 그 방향으로 인생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나이듦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더욱 나이듦에 대한 악영향을 받는 쪽으로, 스트레스에 관해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한다면 스트레스를 삶의 돌파구로 여길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다.

책의 중간중간 자신의 성향을 체크할 수 있는 간단한 체크리스트가 마련되어 있어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나의 사고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결국 생각한대로 이루어진다는 옛말이 들어맞는 것이다. 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한다면 그동안 불행하다 여겼던 나의 삶에도 긍정의 스위치가 켜지고 내 인생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자. 나에게 좀 더 관대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