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북페어에서 화제가 된 한국소설이라니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일단 제목 “카르마 폴리스” 라는 것으로는 과연 어떤 내용이 전개될 것인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어떤 도시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고 가볍게 추측한 후 글을 읽기 시작했다.책의 시작은 한 고서점이다. 오래된 서적을 취급하는 이 책은, 책의 제목과 이야기보다도 서점의 분위기, 먼지가 오래 쌓인 풍경, 그리고 그 안에 기거하는 책벌레와 박쥐, 또 서점의 주인인 한 꼽추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서점의 위기와 함께 박쥐의 행방. 그 박쥐의 운명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약재로 둔갑한 죽은 박쥐는 한 빈민촌에서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한 여인의 약이 되고, 불임이었던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된다. 출산이 임박할 즈음 이 마을에 큰 재해가 닥쳐 아이러니하게도 빈민촌만 재난에 처한다. 그 여인도 죽음을 맞이하고 그 아이는 살아남는다. 박쥐를 닮은 아이. 42라는 번호를 부여받은 아이.이야기는 전개되고, 이 책은 흥미롭게도 그냥 소설의 형식만 띄는게 아니라 극본까지도 넘나드는 형식의 변화를 주고 있다. 재해로 죽은 사람들과 산 사람의 대화를 일종의 연극과 노래로 묶어놓은 부분은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재해를 통해 새로 인생을 바꾸려던 사람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억압하고 괴롭히는 사람들, 누군가는 기회를 엿보았지만 결국 타고난 천성을 버리지 못해 극단으로 치닫기도 하고 누군가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기도 한다.사람의 천성을 엿볼 수 있고 그래서 단순히 소설로 끝나는게 아니라 마치 철학책 처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