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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김정희 지음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뭔가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낄 때... 항상 악몽을 꾸곤한다. 그런데 그 악몽이란게, 한결같이 수학시험을 보는 상황이다. 아직 문제를 반도 못 풀었는데, 아이들은 모두 답안지를 제출하고 교실을 나가고, 선생님은 시간 다 됐다고 뒤에서 답안지를 걷으러 오시고... 잠깐만요... 아직요...를 다급하게 외쳐대는 내 모습... 수학시험지를 받아들었는데 하나도 아는게 없어서 0점 받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눈물 흘리는 내 모습... 시험을 보려고 교실에 앉아 애들 얘길 들어보니, 전혀 다른 수학 시험 범위를 공부하고 와서 거의 울상이 된 내 모습... 상황도 다양했는데... 꿈속인데도 그 좌절감이나 낭패감이 너무 커 대성통곡을 한 적도 있었다.
저런 악몽같은 일이 실제 상황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고등학교 때 수학 시험 전날이면 난 늘 저런 일이 정말 생기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늘 달고 살았다. 그랬다. 난 언어쪽에 재능을 보인 반면, 수학시간만 되면 도통 머리 회전이 안 되는, 유독 수학을 못 하고,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학생이었던 것이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오만가지 변명을 해대면서 '그래서 난 수학이 지긋지긋해.'..'내가 다시 수학책을 잡으면 인간이 아니지..'라고 떠들어대는 것처럼, 나 또한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를 몇 십가지씩 주워섬기며 대학 입학과 동시에 더 이상 강요된 수학시간이 없다는 것에 쾌재를 불렀던 한심한 인간이다.
그런데... 참 우스운건.... 지금 내 생활에서 없어도 그만인, 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다가 악몽 같은 존재인 수학이 다시 그리워진다는 사실이다. 열심히 하라고 멍석 깔아놨을 때는 도망다니더니 이 무슨 늦바람인지? 우리 주변의 수많은 것들이 수학 없이는 있을 수 없다는 것 등의 이유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중 중요한 한 가지는, 철학, 문학 등의 서적에 관심이 많아 계속 책읽기를 하다보면, 철학, 예술, 문학, 역사를 수학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대의 철학자 중에 수학자이며, 과학자이고, 동시에 음악가인 사람들이 많았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깨달음은 수학에 다시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고른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에서도 저자가 '왜 수학이 중요한가'에서 주장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이 책은 소설가가 쓴 아마추어 수학서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설을 쓰는 작가이지만 ... 일반적인 상식과 참 어울리지 않게도 그녀는 수학이 취미이고, 수학을 좋아해, 수학을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수학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고 싶어 수학 전도사로 발벗고 나섰다.
책 서두는 저자의 수학과 관련된 경험담과, 수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실려있고, 둘째 장에는 수학사의 흐름을 따라서 중요한 수학자의 소개와 그들의 업적을 (실제 수식과 도형과 증명이 잔뜩 등장한다. ㅡㅡ)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고, 마지막에는 아마추어 수학자가(말은 거창하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매일 인수분해 몇 개씩이라도 꾸준히 풀고 수학적으로 생각하려는 사람은 모두 아마추어 수학자란다..)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들이 실려있다.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수학 시간마다 어둠의 자식들이 되어 버리는 중,고생들을 위한 책이기도 해서 문체는 소설가의 그것 답지 않게 평이하고, 일반적인데... 아마 실용서쪽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수학을 해봐야겠다... 공부라기 보다는 취미삼아서... 이런 처음의 생각을 다시 한번 굳히게 됐다. 연습 많이 해서, 내 언젠가 꼭 멋들어지게 피아노 연주곡들 메들리로 하루 종일 연주하고 말거야...라는 실천은 없고 공상만 하는 막연한 소망처럼, 수학을 취미삼기도 사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악몽이 더 이상 수학시험 보는 상황이 아니기를 나는 진정으로 바란다.